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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전기차, 이미 치킨 게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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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비용은 하락, 사고 수리 비용은 증가

 전기차 시장의 치킨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폴스타는 신형 3의 시작 가격(MSRP)을 12% 이상 내려 출시하기로 했고 BYD 또한 신형 시걸(Seagull)의 시작 가격을 5.4% 내렸다. 테슬라도 유럽과 중국 내에서 가격을 내리고 경쟁에 동참했다. GM 또한 쉐보레 블레이저 EV 가격을 내리고 판매를 재개했다. 이유는 단 하나, 수요가 둔화하니 이익이 낮아지는 할인을 해서라도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제조업의 본질 자체가 무언가를 만들어 판매하는 업종인 탓이다.  

 그런데 할인은 장단점이 분명하다. 단점은 같은 제품을 할인 전에 구입한 사람이 겪게 될 잔존가치 하락이다. 새 차 가격이 내려가면 중고차 가격도 따라가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구입하려는 사람에게는 매력이다. 그래서 통상 지나친 할인은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제조사의 여력이다. 할인은 그만큼 제조사의 수익 감소와 직결된다. 자금 여력이 넉넉하면 경쟁에서 버티지만 그렇지 못하면 위기에 직면한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가트너는 지난 10년간 설립된 EV 제조사 중 약 15%가 2027년 내 인수되거나 도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치킨 게임에 들어선 만큼 전기차만 만들어 판매하는 전문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을 던진 셈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살아남는다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027년이면 BEV 가격이 동급 내연기관차 대비 오히려 저렴하게 생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뿐 아니라 생산 비용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 때문이다.

 생산 비용 하락은 전기차의 공정 단순화가 이유다. 기가 프레스 도입으로 공정이 축소돼 로봇 및 사람의 투입도 그만큼 줄어든다. 반면 일체형 차체로 인해 중대한 교통 사고가 발생하면 수리 비용은 높아진다. 그래서 가트너 또한 2027년까지 전기차의 사고 처리 비용은 지금보다 3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제조사로선 생산 비용 감소를 제품의 사고 예방 기능에 투자해야 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투자 능력이 확보되려면 이익이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할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익은 감소하는데 이때는 전기차 전문기업일수록 불리하다.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회사는 내연기관 판매로 수익을 최대한 보전하지만 전기차 전문기업은 그렇지 못하는 탓이다. 오히려 경쟁이 심화될수록 투자 여력은 줄어든다. 

 이때 생존을 위한 전문 기업의 선택지는 제품 다변화다. 판매하는 제품을 늘려 다양한 소비층을 흡수하려 한다. 그렇다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쓸 수는 없다. 그래서 부품공용화 진행 속도를 높이고 부품 비용 절감을 위해 소프트웨어의 역할 비중을 확대하려 한다. 문제가 생기면 OTA를 통한 업데이트로 해결을 시도한다. 

 결론적으로 전기차의 치킨 게임은 당연한 과정이다. 과거 내연기관도 마차를 대체하며 같은 과정을 거쳤다. 1910년대 미국 내에서만 수십 개의 자동차회사가 존재했고 경쟁력 여부에 따라 자연스럽게 빅3로 재편됐다. 유럽 또한 수많은 완성차기업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통합되고 다시 분리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가운데는 인수할 가치조차 없어 폐쇄된 공장과 회사도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 전문 기업의 인수 합병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전기차 전문 기업 간의 인수 합병 외에 내연기관 기업의 전기차 전문 기업의 흡수 합병을 예상하지만 전기차 전문기업이 내연기관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공존 시대를 버텨내기 위해서다. 과연 누가 생존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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