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린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에서는 ‘엄마의 손편지’가 화제가 됐다. 홀로 공연장을 찾은 한 어린이 팬의 엄마가 아이 옆에 앉게 될 관객에게 보낸 쪽지였다. 간식 꾸러미와 함께 아이의 손에서 옆자리 어른 관객에게 전달된 편지엔 1인 1석 예매가 원칙이라 부득이하게 아이 혼자 보내게 됐다며 너그럽게 챙겨달라는 엄마의 부탁이 담겼다. “기뻐하는 딸을 보며 차마 티켓을 취소할 수 없었다”며 일면식 없는 누군가의 호의에 기대야만 하는 엄마의 걱정을 마냥 뭉클한 사연으로 볼 수만은 없었다. 미담의 실상이 ‘매크로 암표’로 빚어진 촌극이란 점에서다.
어쩌면 아이유의 다음 콘서트에선 어린이 팬과 엄마가 나란히 공연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오는 22일부터 개정 공연법이 시행돼 매크로를 이용해 구입한 콘서트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 티켓에 웃돈을 받고 판매하면 형사처벌되기 때문이다. 매크로 암표 거래가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인터넷 보급과 함께 덩치를 키운 온라인 매크로 암표는 20년 넘게 한국 공연 시장의 성장을 좀먹어 왔다. 관련 법인 ‘경범죄처벌법’은 51년 전 만들어져 온라인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가수 임영웅 콘서트 입장권을 쓸어 담고, 10만원대 티켓을 500만원에 판매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장에서 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기보다 누군가의 폭리가 방치된다는 분위기였다. 선량한 사람만 피해를 본다는 여론이 커지자 결국 국회는 법을 만들었다.
개정 공연법에 맞춰 문체부가 암표 근절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해외와 비교해 벌금이 가볍다는 지적이 있지만, 매크로 암표 거래로도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만으로 경각심을 줄 수 있다. 문체부는 이달 초부터 공연·스포츠 암표를 원스톱으로 신고할 수 있는 통합 신고 웹사이트도 열었다. 소비자 제보를 토대로 암표 거래 정황을 파악한 뒤 수사기관에 자료를 넘겨 처벌까지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정상화 기대가 생겼지만 걱정스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벌할지는 분명해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해선 아직 미덥지 못하다. 매크로 의심을 피하기 위한 ‘아옮’(아이디 옮기기), ‘댈티’(대리 티케팅)까지 촘촘히 걸러낼 스크리닝 시스템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결국 당국의 의지가 문제다. “암표 근절 정책으로 문화·체육 분야 유통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약속을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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