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가 유료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배달비 0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배달 업계에서 무제한 무료 배달 혜택을 내놓은 건 쿠팡이츠가 처음이다.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알리·테무 등 중국 e커머스 공세에 맞서기 위해선 기존 회원들의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쿠팡은 오는 26일부터 유료 멤버십 ‘쿠팡 와우’ 회원이 쿠팡이츠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비를 전액 면제해준다고 18일 발표했다. 주문 횟수, 주문 금액, 배달 거리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별도의 할인 쿠폰도 중복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5월 말까지는 음식값 10% 할인이라는 기존 혜택과 배달비 면제라는 새로운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비 0원’ 혜택은 배달의민족을 정조준한 조치로 풀이된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지난해부터 상호 견제 수위를 높여왔다. 쿠팡이츠가 작년 4월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음식값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 배민은 10% 할인 쿠폰을 무제한 제공하는 걸로 맞섰다. 배민이 지난 1월 출시한 자체배달 서비스 ‘배민1플러스’를 놓고도 부딪혔다. 쿠팡이츠가 와우 회원 할인 대상 점주들에게 배민1플러스를 통해 배달비를 낮추는 만큼 쿠팡이츠 배달비도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자, 배민은 쿠팡이츠 와우 할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업주를 지원한다고 공식 밝히며 날을 세웠다.
배달 앱 3위인 쿠팡이츠가 시장 점유율 65%대의 배민을 직접 겨냥하는 배경엔 쿠팡이츠의 빠른 성장세가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574만2933명으로 2위 요기요(602만7043명)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쿠팡이츠 MAU는 전년 대비 64.7% 늘어난 반면 요기요의 MAU는 16.6% 줄었다. 업계에선 이미 지난달 말부터 쿠팡이츠가 주간활성이용자(WAU) 기준 요기요를 앞서고 있는 점에서 이르면 이달 쿠팡이츠가 MAU 기준으로도 2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1400만명에 달하는 유료 회원의 충성도를 높이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공세를 막기 위해선 기존 회원의 이탈을 최대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소년시대’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자체 콘텐츠가 기존 회원을 묶어두는 록인(lock in) 효과가 컸다고 보고 있다. 올해는 파격적인 배달 혜택으로 소비자들을 묶어두겠다는 전략이다.
쿠팡 관계자는 “배달비 부담 때문에 배달 주문을 망설인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조치”라며 “소비자는 물론 지역 상인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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