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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트롱맨' 푸틴을 또 택했나…"러시아, 더 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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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얼마나 우리를 위협하고 싶어 하든, 누가 얼마나 우리와 우리 의지 그리고 우리 의식을 억압하고 싶어 하든, 역사상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통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그럴 것입니다"

종신집권의 길을 열게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연설에서 이처럼 말했다. '강한 러시아'를 강조한 푸틴 대통령은 88%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5선 고지에 올라섰다.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푸틴 대통령은 독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한 리더십을 앞세워 더욱 강력한 철권 통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스탈린 넘어 30년 집권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5∼17일 진행된 러시아 대선 개표 결과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이 득표율 87.32%(개표율 99.43%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대선에서 80%대 득표율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득표율 4.32%),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3.79%), 러시아자유민주당 레오니트 슬루츠키(3.19%) 등 다른 후보 3명은 의미 있는 득표율을 얻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첫 집권인 2000년 득표율이 52.9%에 그쳤지만, 이후 4번의 선거에서 자신이 세운 기존 최고 득표율을 경신해왔다. 이번 선거 득표율도 지난 2018년의 76.7%를 10% 포인트 이상 뛰어넘었다. 투표율도 투표 마감 시간 직전인 전날 모스크바 시각 오후 8시37분 기준 74.22%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사실상 라이벌 없이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손쉽게 5선 고지에 오르며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됐다. 옛 소련 최장수(29년)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넘어서는 지도자가 탄생한 셈이다.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대행을 맡은 푸틴 대통령은 2008∼2012년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총리로서 실권을 유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개헌으로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어 이론상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제국 초대 차르(황제) 표트르 대제(43년 재위) 이후 오래 러시아를 통치한 인물로 남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선거 직후 모스크바 선거운동본부에서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며 "우리는 모두 하나의 팀"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5선 확정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선거 결과로 러시아 사회가 통합되고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력한 리더십 앞세워 반서방 집결

권위주의적인 통치 스타일로 독재자를 뜻하는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도 상당한 저항을 받았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은 이유는 반서방에 대한 저항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고유가 시대 러시아 경제를 끌어올렸고, 석유·가스·식량 등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세계 경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부 평가를 받는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는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다.

소련 붕괴 트라우마가 없는 젊은 층도 경제적 안정과 질서를 높이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에 맞서는 상황을 보며 강대국의 위상 회복을 느낀다는 해석도 있다.

푸틴 정권이 여론을 통제하고 반대자를 처단해 대체불가한 리더십을 만들었다는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지난달 사망한 최대 정적인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대표적이다. 선거가 끝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 "슬픈 일"이라고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선거 첫날인 15일에는 곳곳에서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거나 투표소 방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투표 마지막 날 정오에는 나발니 지지자들이 주도한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가 열렸지만, 대세를 바꾸진 못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러시아 전역에서 최소 74명이 체포됐다.

CNN은 "야권 후보 대부분이 죽거나 투옥되거나 망명하거나 출마 금지되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반대의견 표명이 사실상 불법화한 상황에서 푸틴은 자신의 권력에 대한 도전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러-나토 직접 충돌시 3차대전 근접”

이번 선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 여부를 묻는 성격도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2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새 영토'로 부르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도네츠크에서 95.23%, 루한스크 94.12%, 자포리자 92.83%, 헤르손 88.12% 등 높은 지지를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집권 5기에서 추가 징집 등 특별군사작전 정책을 강화하고, 서방과의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국 폴란드 독일 등 국제사회는 러시아 선거를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은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충돌 가능성에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군사 동맹의 직접적인 충돌은 세계 3차대전과 한 걸음 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 누구도 이 시나리오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등 서방국이 러시아 대선을 비판한 데 대해 "전 세계가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비웃고 있다"며 "재앙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맞받아졌다.

푸틴 대통령의 압승 이후 러시아는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과 밀착 관계를 과시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곧바로 축전을 발송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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