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혈관외과학회 및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이 “합리적 해결이 될 때까지 저희는 병원을 지키겠다”는 성명을 지난 주말에 냈다.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는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하고, 협상 개시와 함께 의대생들도 학업에 복귀할 것을 주문했다. “이 모든 일의 끝에는 국민 건강이라는 대의가 있음을 명심하자”는 뇌혈관 전문의의 호소는 적잖게 안도감을 준다. 지대추구로 치닫는 의료인들 행태에 걱정이 커지는 터에 환자를 최우선하는 의사들의 굳건한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잘못 설계된 의료시스템 피해 당사자들의 선언이기에 울림이 더 크다. 뇌혈관계 의사들은 뇌경색·뇌출혈 수술 등 긴급 의료현장의 핵심으로 불합리한 수가, 필수의료 부족 사태의 최대 이해관계자들이다.
의료계는 그간 편협한 인식과 선민의식을 여과 없이 노출하며 큰 실망을 안겼다. 환자를 내팽개치는 무책임은 물론이고 정부와의 협상 대표단조차 꾸리지 못하는 무능력도 보여줬다. 정부-의료계의 극한 갈등을 중재해줄 주역으로 기대받는 의대 교수들마저 실력행사 초읽기에 돌입했다. 지난 주말 열린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20곳 중 16곳 교수들이 오는 25일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것이다.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다행스럽다.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어제 전공의와 전문의는 물론이고 교수들까지 질타하고 나섰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대형 병원 중 처음으로 정상 진료를 선언했다. 뇌혈관 전문의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더 많은 의사가 동참한다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다. 의료계는 무모한 ‘국민과의 대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설령 정부를 굴복시킨다고 한들 직역 평판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싸움이다. 뇌혈관 의사들의 성명에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도 보인다. ‘의사단체에 대한 범죄집단화를 중단하라’는 주문이 대표적이다. 교수 사직이라는 최악 사태를 막기 위한 협상의 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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