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가운데 둔 글로벌 경제전쟁이 거세다. 자국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외국 기업은 때리고, 조그만 보탬이라도 될 듯싶으면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병합 위협으로 깔린 신냉전의 판도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시작된 미국의 ‘중국 기업 때리기’는 올 연말 대선이 다가오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틱톡 강제매각법’을 통과시켰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165일 안에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팔지 않으면 틱톡의 미국 사업을 사실상 금지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개인정보 유출과 안보 위협이 이유지만 바탕엔 커져 가는 중국 기업을 솎아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을 네트워크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국 견제의 바통은 유럽연합(EU)이 이어받았다. EU는 빅테크 규제가 주목적으로 알려진 디지털서비스법(DSA) 대상에 틱톡을 포함시키고 조사에 나섰다. EU의 중국 견제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온라인쇼핑몰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 쉬인에 대한 환경부담금 부과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그렇다고 경제전쟁이 자유 진영과 중국 러시아 등 전체주의 진영 대결 구도로만 전개되는 것도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했고, EU는 애플 등 미국 빅테크를 주시하고 있다. 자유무역 같은 가치보다는 자국 우선이 더 중요한 잣대다.
우리 경제는 냉전시대에 비해 지금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 중심 공급망에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안도해선 안 된다. 미국이 삼성전자에 60억달러 보조금을 줄 예정이지만 세계 반도체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습에 미국과 EU처럼 제재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보복 우려 때문이다. 결국 우리 기업이 독자 경쟁력을 갖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정부는 과감한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첨단 분야에선 외국 못지않은 보조금과 세제 혜택, 획기적인 규제 혁파를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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