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정통 크림빵
SPC삼립의 대표 스테디셀러인 정통 크림빵은 작은 구멍이 뚫린 빵 속에 부드러운 크림을 넣은 제품이다. 1964년 처음 출시됐다. SPC의 전신인 삼립식품의 창업자 고 허창성 명예회장은 도쿄올림픽 참관단 자격으로 일본에 출장을 가 선진 제빵기술을 접했다. 귀국하자마자 주요 생산설비를 도입하고 크림빵을 선보였다. 국내 제빵업계에선 처음으로 비닐 포장을 입혔다.이렇게 탄생한 크림빵은 대박을 쳤다. 크림빵을 사기 위해 매일 아침 서울 대방동 공장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크림빵의 매출 비중은 한때 삼립식품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달했다. SPC삼립 관계자는 “크림빵은 오늘날 SPC삼립의 토대가 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크림빵의 누적 판매량은 19억개다.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단일 브랜드 최다 판매 크림빵’으로 KRI 한국기록원과 미국 세계기록위원회(WRC) 공식 인증을 받기도 했다.
포켓몬빵 이어 대히트
SPC삼립은 1여년 전부터 크림빵 60주년 마케팅을 기획했다. SPC삼립 브레드마케팅팀 소속의 김민지·서정기 마케터가 크림대빵 아이디어를 냈다. 60주년에 맞춰 크기를 약 6.6배 키우기로 하고 ‘크림대빵’이란 이름을 붙였다. 장수식품인 크림빵이 이미 젊은층 사이에서 ‘힙한 먹거리’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충분히 화제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60년간 유지해왔던 빵의 크기를 6배 넘게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빵의 배합부터 식감, 전체적인 형태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했다. 빵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크림의 양을 늘리고 정통 크림빵에 비해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기로 했다. 더 오랫동안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크림대빵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으며 주요 유통경로인 편의점에서 물량 부족을 겪고 있다. SPC삼립은 한정판 제품이지만 크림대빵 생산 규모를 세 배 늘리기로 했다.
SPC삼립은 2022년 포켓몬빵 재출시 때도 품절 대란을 빚었다. SPC삼립 관계자는 “품질 등 장수식품의 헤리티지를 꾸준히 지키면서도 시의성 있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세대를 관통하는 관심을 이끌어낸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