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필은 ‘완벽한 앙상블’을 추구해요. 제 역할은 잘 걷는 사람들을 가끔 날아가게 만들어주는 거죠.”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정명훈(71)은 일본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도쿄필은 정명훈이 ‘일본의 가족’이라고 할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23년 넘도록 호흡을 맞춰온 악단이기도 하다.
정명훈이 오는 5월 도쿄필과 내한 공연을 한다. 2015년 한·일 수교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시향과 합동 공연한 것을 제외하면 도쿄필과 함께하는 공식 내한 투어는 19년 만이다. 도쿄필은 1911년 나고야에서 창단한 일본 최고(最古)의 교향악단으로 NHK교향악단과 더불어 일본의 양대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정명훈은 2000년 도쿄필을 처음 지휘했고 2016년에는 외국인 최초로 도쿄필 명예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5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특별한 점은 지휘하며 피아노 치는 정명훈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명훈은 1부에서 베토벤 삼중협주곡을 연주하며 지휘와 피아노를 동시에 맡는다. 세 명의 솔리스트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이 곡은 특히 실황 연주에서 베토벤 음악의 풍성함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문태국과 호흡을 맞춘다. 그간 자주 볼 수 없었던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면모를 다시 볼 수 있는 셈이다.
2부에서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들려준다. 합창은 정명훈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다. 서울시향 송년음악회, 광복절 기념음악회,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등 주요 공연 때 이 곡을 선택했고, 도이치그라모폰을 통해 실황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곡에 대해 “연주할 때마다 무엇인가 더 발견하고, 더 뜻을 찾게 되는 작품”이라고도 했다. 정명훈의 지휘봉에 맞춰 100여 명의 일본 오케스트라 단원과 100여 명의 한국 합창단 단원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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