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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버리고 中 알리와 손잡은 CJ…'판' 뒤흔든다 [하헌형의 드라이브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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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단가 문제로 촉발된 CJ제일제당과 쿠팡 간 대립이 국내 ‘제(제조)·판(판매)’ 역학 구도를 흔드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일 중국 e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한 데 이어 13일 네이버 스토어에서 ‘내일 도착’ 서비스를 도입했다. 표면적으로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온라인 판로를 확장하는 모양새지만, 밑바탕엔 빠른 배송을 무기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장악해 온 쿠팡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유통업계에선 CJ제일제당에 이어 삼양식품, 동원F&B 등이 알리에 속속 입점하면서 제·판 구도에서 우위를 점했던 쿠팡의 입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CJ, 네이버서 익일 배송 시작
네이버 내일 도착 서비스는 오후 10시 이전에 주문한 제품을 다음 날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작년 12월 자사 몰인 CJ더마켓에서 선보인 서비스를 네이버 스토어로 확대한 것이다. 기존에는 묶음(패키지) 형태로만 판매했는데, 이번에 내일 도착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낱개 판매도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이 익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납품가 갈등으로 2022년 11월 쿠팡에서 ‘로켓배송’(익일 배송)이 중단된 데 따른 매출 감소를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 주력 제품인 ‘햇반’의 작년 국내외 매출은 850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22년(18.5%)의 4분의 1 수준인 4.3%에 그쳤다. 유통업계는 과거 햇반 연간 매출의 10% 수준인 900억~1000억원가량이 쿠팡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작년 네이버 스토어(391억원)와 CJ더마켓(238억원)에서 올린 매출을 합친 것보다도 300억~400억원가량 많다.

지난달 앱 사용자 수가 818만 명(와이즈앱리테일굿즈 집계)에 달하는 알리와 1000만 명가량의 유료 멤버십(네이버플러스) 회원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네이버는 쿠팡의 가장 큰 경쟁 업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의 알리 입점과 네이버 판매 확대로 CJ의 탈(脫)쿠팡 기조가 거의 굳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쿠팡 재입점도 요원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양·동원 등 속속 알리行
CJ제일제당에 이어 삼양식품, 동원F&B 등 식품업체가 줄줄이 알리의 한국 업체 전용관인 ‘K베뉴’에 입점하기로 하면서 쿠팡 내부에선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동원F&B는 이달부터, 삼양식품은 내달부터 대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대상과 농심, 풀무원 등도 입점을 검토 중이다. 출혈 투자를 해 가며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한 끝에 지난해 창사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낸 쿠팡으로선 ‘충성 고객’ 이탈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형 식품업체들이 쿠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고, 중국 e커머스 업체의 공세도 거세지면서 제조사들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졌다. 쿠팡은 올초 납품 단가를 종전보다 대폭 낮춰 바꿔 4년 9개월간 납품이 끊겼던 LG생활건강과의 거래를 재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예전처럼 점유율을 앞세워 제조사를 상대로 고자세를 취하기 어려워졌다”며 “오히려 제조사들이 알리 등 중국 e커머스 입점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쿠팡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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