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e스포츠와 태권도 등 K스포츠를 통한 관광객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 연간 2000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해 스포츠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2일 서울 상암동 e스포츠 명예의전당에서 열린 스포츠 관광 활성화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우리나라가 그동안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열지 않은 게 없지만 스포츠를 산업적으로 키우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민관협의체를 가동해 올해를 스포츠 관광 활성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K팝, K푸드 등 ‘K컬처’에 치중한 한국 여행 관련 콘텐츠를 ‘K스포츠’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의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는 2000만 명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스포츠와 연계한 관광 상품을 적극 개발하기로 했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스포츠 관광은 세계 관광 지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스포츠 관광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7.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2005년부터 스포츠 관광객 유치를 추진했지만, 스키 등 동계스포츠를 체험하려는 동남아시아 여행객에 한정됐다. K스포츠 관광의 중심을 동계스포츠에서 e스포츠와 태권도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종목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티켓을 예매한 사람의 약 15%는 외국인이었다. e스포츠업계는 작년 롤드컵 개최에 따른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형민 라이엇게임즈 팀장은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다 보니 해외 팬들은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리그를 야구의 메이저리그(MLB)나 축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들을 겨냥해 LOL 전용 경기장 ‘롤파크’ 투어, 유명 e스포츠 구단 방문, 한국 PC방 체험 등을 엮어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광공사는 지난 3~7일 인구의 40%가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의 e스포츠 및 여행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팸투어도 진행했다.
정부는 스포츠 관광을 통해 서울에 집중된 관광 수요의 지방 분산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 방문하려는 세계 각국 태권도 관계자들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무안국제공항으로 입국시키고, 인근 덕유산·지리산국립공원 등을 관광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4대강 자전거길 등 전국 자전거 인프라를 활용해 세계 각국 자전거 여행객을 끌어모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관광이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을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한다. 이학주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장은 “K스포츠로 방한 관광 콘텐츠를 다변화할 것”이라며 “스포츠 관광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민관이 계속 협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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