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유럽 1·2위 암병원과 잇달아 손잡았다. 암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최신 신약 기술 등을 환자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세계적 암 치료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2위 암병원인 독일 샤리테병원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7월 샤리테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주기적으로 환자경험평가(PRO) 공동 세미나를 열고 있다.
PRO는 환자가 직접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고한 결과를 말한다. 일반적인 의학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환자의 통증, 불편, 우울 등을 반영한 객관적·정량적 지표로 환자 치료에 활용된다. 최근 임상이나 진료 현장에서 효용성과 중요성이 입증돼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은 “과거에는 암 환자의 생존율이나 재발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환자 입장에서 암을 치료하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지난달 초에는 새로운 암 치료법을 소개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유럽 1위 암병원인 프랑스 구스타프루시병원 관계자들은 암 환자의 높은 임상 참여율을 소개하며 새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진료 못지않게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약 중개임상 연구가 활발한 구스타프루시병원은 암 환자의 40%가 임상연구에 참여한다. 박준오 삼성서울병원 정밀의학혁신연구소장은 “확보한 임상 샘플을 기반으로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이렇게 얻은 임상 유전체 데이터를 직접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유럽 병원은 많은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파브리스 발레시 구스타프루시병원장은 “병원 내 연구 인력만 500여 명이고 외부 인력까지 더하면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했다. 샤리테병원은 2만3000명의 직원 중 5000명 정도가 연구자다.
유럽 병원과의 협력은 인종 간 특성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데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마틴 크레이스 샤리테병원 교수는 “환자 데이터는 인종·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협업으로 이런 차이를 확인하면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삼성서울병원은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글로벌 병원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다른 레벨의 암 치료를 시작하는 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이지현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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