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 기반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미국 대통령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틱톡에 대선 홍보 영상을 올린 조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 매각 찬성으로 돌아섰고 매각을 추진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등 정치 셈법 앞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말 바꾼 바이든·트럼프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계는 지난주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틱톡 강제매각법’이 13일 하원 본회의에서 가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을 거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는 절차를 밟는다.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는 SNS 틱톡은 최근 워싱턴의 최대 논쟁거리가 됐다. 지난 5일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의원 20명이 초당적으로 틱톡 미국 사업부를 165일 안에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중국 법에 따라 공산당이 요구할 경우 미국 틱톡 이용자 데이터가 통째로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법안이 통과되면 서명할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2021년 집권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틱톡 매각 명령을 중단했을 때와 반대되는 결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틱톡에 자신의 홍보 영상을 올리는 등 젊은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틱톡 사용을 마다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틱톡에 대한 입장을 뒤집은 배경에는 그사이 악화한 미·중 관계, 미국 정치인들을 향한 ‘좌표 찍기’로 민심의 반발을 산 틱톡의 오판이 있었다. 5일 법안이 발의되자 틱톡은 해당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할 수 있는 링크를 사용자에게 제공했다. 법안 반대 여론을 조성한 것이다. 오히려 중국 기업이 미국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역효과를 낳았다.
틱톡 매각을 추진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틱톡 매각법이 통과되면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의 사업이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페이스북은 2021년 1월 지지자들에게 의회 폭동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거물 후원자인 제프 야스와의 관계를 의식해 틱톡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소송 대응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2년 미국 중간선거 과정에서 악화한 야스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스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에 330억달러(약 43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과돼도 美 법원 판결받아야
이 법이 통과되면 틱톡은 165일 안에 미국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 미국 게임 제작사 액티비전의 바비 코틱 전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바이트댄스 측에 수천억달러의 인수가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틱톡이 매각 명령에 불응하면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목록에서 틱톡이 삭제될 수 있다. 기존 틱톡 앱은 남아있지만 신규 사용자 유입과 업데이트가 중단돼 점차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법이 의회 문턱을 넘더라도 논쟁은 법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틱톡의 운영 제한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1호와 상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몬태나주는 지난해 5월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나 같은 해 12월 몬태나주 법원이 효력을 중단했다.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가 사용자와 기업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람야 크리슈나 컬럼비아대 수정헌법연구소 변호사는 “틱톡 강제매각법은 중요한 모든 면에서 몬태나주의 틱톡 금지 조치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며 “명백한 위헌”이라고 진단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