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1조원 웃돌듯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4조5818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였던 작년 1분기(4조9015억원) 보다 6.5%(3197억원) 줄어든 수치다.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보다 순익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KB금융의 순익은 지난해 1분기 1조4976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4127억원으로 5.7%(849억원),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1조3880억원에서 1조3606억원으로 2.0%(274억원)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나·우리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0.4%(1150억원)와 10.1%(924억원) 감소한 9872억원과 8213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 전망이다.
금융지주 순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기준금리 동결 여파로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은 작년 2분기 1.85%였던 NIM이 4분기엔 1.83%로 떨어졌고,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1.64%에서 1.62%로 내렸다. 하나·우리은행은 2022년 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NIM이 하락하는 등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실 대출 증가에 따른 충당금 적립도 부담이다. 4대 금융이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대출 채권은 작년 말 기준 1조9660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48.8%(6448억원)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ELS 배상 규모도 관건이다. 은행권이 판매한 ELS 손실액이 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연말까지 13조2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손실률이 50%를 넘는 만큼 6조원 가까운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기본배상 비율(20~40%)만 감안해도 1조~2조원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사회에서 배상계획을 확정하면 회계상 충당부채로 반영해 그만큼 순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취업문 더 좁아지나
실적 전망이 어두워진 은행권은 판관비 10% 감축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임원 전담 운전기사 제도를 폐지했다. 영업 등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을 제외하고는 자율 선택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임원 대부분이 자가 운전을 선택해 사실상 비용 절감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비영업부서 임원의 업무추진비도 일부 삭감했다. 신한 하나 우리은행은 앞서 임원 전담 운전기사를 없앴다.은행권의 비용 절감 여파로 올해 취업 문은 지난해보다 더 좁아질 전망이다.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 접수를 진행중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작년보다 각각 40%(100명)와 28%(70명) 줄어든 150명과 180명을 뽑는다.
인터넷 전문은행 등장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확산 속에 은행권 신입 채용 인원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2301명을 새로 뽑았던 5대 은행은 작년엔 30% 가까이 줄어든 1662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