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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獨·日 '100년 기업'에 도전장…"코셈이 전자현미경 '메기'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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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6개월. 주사전자현미경(SEM) 4대 기업(써모피셔서이언티픽·히타치하이테크·자이스·제올)의 평균 연령이다. 미국과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 기초과학 강국 일본·독일 출신 ‘베테랑’ 기업으로 가득한 기초과학장비 업계에 한국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달 23일 코스닥 상장을 마친 ‘신참’ 코셈이다.

코셈 덕에…‘5대 주사전자현미경 보유국된 한국
코셈은 2007년 세워진 기업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SEM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자체 개발했다. SEM은 전자를 투사해 시료를 관찰하는 기초과학장비다. 가시광선·자외선을 쓰는 광학현미경, 탐침을 활용하는 원자현미경과 다르다. 광학현미경으론 관찰할 수 없는 D램·바이러스를 원자현미경보다 빠르게 관찰할 수 있다.

덕분에 산업 범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해 코셈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사 210곳 중 LG전자, BYD 등 기업 비중이 약 81%(170곳)에 달한 배경이다. 시장조사회사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35억달러(약 4조61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현미경 시장에서 SEM이 차지한 비중은 41.84%로 가장 높았다.

코셈의 주력 제품은 일반형 SEM보다 크기가 작은 책상거치형 SEM이다. 경쟁사 히타치(8만배)·제올(6만배) 대비 높은 배율(10만배)을 제공한다. 그 외 일반형 SEM과 이온 빔으로 시료를 절삭·연마하는 이온밀러(CP) 판매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8년 연속 외형성장·1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지난해 잠정 매출·영업이익은 약 140억원·20억원이다. 매출 70%가량이 수출에서 발생했다.


‘고인물’ 기초과학 분야서 ‘메기’ 되겠다는 코셈
이 대표는 코셈이 ‘메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공급자 위주라는 시장 특성을 역이용해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전자현미경 3위 자이스는 조선 헌종 11년(1845년) 세워졌다”며 “인재, 기술력 등 ‘기초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과학기술 축적 50년에 경제 규모가 10위권에 오른 이제 기반이 갖춰졌다”며 “아직 공룡과 설치류의 싸움이지만, 환경을 변화시키면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 생각을 드러냈다.

이미 변화는 한 차례 이뤄졌다. 그는 “책상 거치형 SEM을 2011년엔 경쟁제품 대비 60% 가격에 판매했지만, 지금은 가격이 경쟁사 대비 80%까지 올라왔다”며 “타사가 가격을 인하할 때 코셈은 기술을 개발하고 판로를 개척한 덕”이라 말했다.

내년 상용화 예정인 이온밀러 주사전자현미경(CP-SEM)도 시장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대당 10억원에 달하는 집속이온빔 주사전자현미경(FIB-SEM)을 산업 분야에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CP-SEM의 예상 가격은 FIB-SEM의 4분의 1 가량인 한 대당 2~3억원이다.

이 대표는 “FIB-SEM은 기능이 많아 기초과학장비 전용으론 적합하다”면서도, “산업용으론 시료 연마 기능에 집중한 CP-SEM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무역분쟁이 살린 국산 장비…현미경 넘어 ‘종합 솔루션’ 제공해갈 것”
이 대표는 2010년 코셈 연구소장으로 부임해 2012년부터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대표로 갓 취임했을 땐 공적원조조차 외산 장비로 제공했다”며 “연구 현장에서도 ‘국산 장비는 못 믿는다’고 손사래를 쳤다”고 회상했다.

변곡점은 한·일 무역분쟁이었다. 이 대표는 “일본이 소재·장비 분야 수출을 금지하면서, 다른 분야도 얼마든 무역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이후 연구·교육 현장 판로를 개척해 기반을 닦은 덕분에 코스닥 상장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일본·독일·미국 회사처럼 종합 솔루션(제품) 회사로 도약하는 게 중장기 목표다. 이 대표는 “업계 1위 써모피셔 등 기초과학장비 기업 대부분이 다양한 기술을 결합해 고객사가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갖게 한다”며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코셈도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며 종합 솔루션 회사로 도약해갈 예정”이라 전망했다.

이어 “람보르기니가 아무리 비싸도 매출로는 현대차를 이길 수 없다”며 “코셈이 기초과학장비 시장에서 ‘현대차’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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