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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솜방망이 골라 맞으려 기를 쓰고 한국 오겠다는 권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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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피해액이 450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미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송환하라는 몬테네그로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현지 법원이 보름 전에 권씨의 미국 인도 결정을 내렸는데, 권씨 측이 한국으로 보내달라며 항소하자 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권씨의 한국 송환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아직 변수가 남아 있긴 하다. 미국 법무부가 권씨의 미국 신병 인도를 계속 추진한다는 성명을 냈고,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도 거쳐야 한다. 그러나 1심 결정이 뒤집힌 만큼 한국 송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권씨의 한국 송환 소식이 전해지자 28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피해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로 불리는 경제사범 처벌 강도가 미국보다 한국이 현저히 약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융 범죄를 세계에서 가장 엄히 다스리는 곳이다. 보험사기꾼들에게 징역 845년, 징역 740년식의 무자비한 형량이 선고된다. 경합범의 경우 개별 범죄마다 형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택하고 있어서다. 폰지 사기범 버니 메이도프 전 나스닥거래소 이사장은 150년형을 받고 복역 중 2022년 사망했다. 이달 중 선고 예정인 암호화폐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예상 형량도 110~115년형이다. 미국에서 8개 혐의로 기소된 권씨 역시 미국에서 재판받을 경우 100년형 이상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의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제사범에게 내려진 최대 형량은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확정된 징역 40년이다. 화이트칼라 범죄의 피해는 절도 강도 등 일반 재산 범죄보다 평균 40배나 큰 것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망치게 하는 악질 범죄다. 권도형 사건이 한국의 솜방망이 처벌의 불합리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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