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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우주 대항해 시대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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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했던 지구의 위성, 달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보낸 달 탐사선이 두어 달에 한 번꼴로 달을 찾고 있어서다.

‘우주 대항해 시대’의 포문을 연 것은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머신스다. 이 회사가 쏘아 올린 ‘오디세우스’는 지난달 23일 달 착륙에 성공하며 ‘민간 기업 최초의 달 착륙선’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이 회사는 올해만 세 차례 달에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다. 또 다른 미국 우주 기업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와 애스트로보틱스도 연내에 탐사선을 띄운다.
격차 큰 발사체에 집착하지 말아야
주목할 것은 이들이 우주로 가는 이유다. 1960년대만 해도 달 탐사는 냉전 시대 국가 단위 패권 경쟁의 산물이었다. 지구 밖 미지의 공간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 국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우주를 경유해 적국을 공격하는 군사기술을 선점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최근의 달 탐사는 ‘실리’에 방점을 둔다. 미국 물리학자 닐 더그래스 타이슨은 “우주에서 천연자원을 가장 먼저 발굴하는 사람이 첫 번째 ‘조(兆)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을 비롯한 소행성들이 자원의 보고라는 뜻이다. 우주에서 이뤄지는 물류와 연구개발(R&D)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한국에 우주는 아직 먼 얘기다. 당장 먹고살기 바쁜데 우주 시대 준비에 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런 주장은 근시안적이다. 서구 열강이 세계의 패권을 거머쥔 계기는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이어진 대항해 시대였다. 공간과 자원의 제약에서 벗어난 나라들이 국가 단위의 퀀텀 점프를 이루는 데 성공했고 세계의 열강으로 자리 잡았다. 우주 대항해 시대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오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는 이유로 재원을 투입하지 않으면 우주 시대에 우리의 자녀들은 설 자리를 잃는다.

지난해 한국은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했다. 당시 정부는 “우리 기술로 제작한 발사체를 우주로 보냈다. 한국이 7대 우주 강국에 올랐다”고 자평했다. 발사체가 우주산업의 꽃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누리호는 50년 전에 미국이 활용한 구형 액체로켓이다. 기술이 뒤떨어지다 보니 비용 대비 효용이 나오지 않는다. 스페이스X의 초대형 발사체 ‘팰컨헤비’의 위성체 ㎏당 발사 비용은 2020년 기준 951달러(약 126만원)다. 같은 무게의 위성체를 누리호로 우주에 보내려면 9억7860만원이 든다.
5월 문을 여는 우주청의 활약 기대
다행히 우리에겐 우주 비즈니스를 위한 다른 무기들이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쎄트렉아이 등이 개발한 달 표면 우주 환경 모니터(LUSEM)가 대표적이다. 이 장비는 세 번째로 발사될 오디세우스에 실린다. 보령은 우주정거장 건설사인 액시엄스페이스와 우주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헬스케어사업을 준비 중이다.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승자는 처음 대해로 나간 포르투갈이 아니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세밀한 전략을 세우고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결합하면 공략할 만한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NASA(미국 항공우주국)’를 모토로 오는 5월 문을 여는 우주항공청이 우주 역량을 끌어올릴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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