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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칼럼] AI와 가내수공업의 중국식 결합 '알·테·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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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되는 모바일 쇼핑 앱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이다. 저가를 넘어 ‘초저가·초초저가’란 수식어가 달린 중국의 크로스보더(CBT) 온라인 쇼핑몰, 곧 해외직구 몰이다.

유리창 청소기 스퀴지는 700원대부터 시작하고, 1000원대 휴대폰 거치기와 8000원대 운동화가 즐비하다. 배송비도 안 나올 것 같은 가격에 무료배송, 90일 무료 반품까지 내세우고 있다. 개중에는 ‘쓰레기’ 같은 제품들이나 깨진 상태로 배송된 경우도 없지 않지만, 국내 온라인몰의 몇 분의 1 가격에 쓸 만한 상품을 ‘득템’했다는 반응도 많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가능할까. H&M을 제치고 미국 10대들의 옷장을 채워주고 있다는 패션 브랜드·쇼핑몰 쉬인을 보자. 쉬인은 중간 유통단계를 완전히 없애고 공장과 소비자를 직배송으로 연결해주는 M2C(manufacturer to customer)의 선구자 격이다. 초저가가 가능한 첫 번째 구조는 세계의 의류공장이라는 중국 광저우시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쉬인의 6000여 개 협력 공장 중 3000개 정도가 광저우시 일대 직원 10~20명의 가내수공업형 의류공장들이다. 원단·원부자재 공장들까지 한데 붙어 24시간 돌아가는 생태계다. 직물 공장들을 끼고 있다는 것은 원가 절감에 엄청난 보탬이 된다. 중국 의류공장은 전 세계 의류업체들의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생산하고 남은 옷감 등 재료가 엄청나게 쌓여 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으니 ‘전 세계 의류업체들이 쉬인의 재료비를 대신 내주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원료의 산지를 보면 중국형 원가 구조에 더 기가 막히게 된다. 중국 최대의 면화 산지가 어딘가. 강제노동 의혹으로 문제가 되는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중국 전체 면화 생산량의 80~90%를 차지한다. 인권적 측면을 배제하고 산업적으로만 얘기하면 가장 ‘효율적’인 인건비 절감 수단이 강제노동이다.

‘전근대적’이 연상되는 제조 인프라에 결합한 유통 시스템은 첨단 인공지능(AI)이다. 쉬인은 신상품을 내놓을 때 공장에 100개 정도만 주문한 뒤 AI 기반으로 고객 반응 데이터를 실시간 취합하면서 500여 개 매개 변수로 수요를 예측한다. 추가 주문이 들어가면 광저우의 밀집 생태계를 통한 생산 속도는 자라, H&M의 2~3배에 달한다. 이런 식으로 하루 1000개, 연간 30만 개라는 무지막지한 가짓수의 ‘신상’이 올려진다. 이런 속도로 새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광범위한 디자인 도용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테무는 쉬인의 사업 모델을 공산품 전반으로 확대했다. 중국 지방 농촌 도시인 ‘하침(下沈) 시장’을 기반으로 대성공을 거둔 내수 M2C ‘핀둬둬’의 해외 버전이다. 중국의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는 테무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저장성 장산시는 중국 배드민턴 셔틀콕의 65%를, 장쑤성 단양시는 안경테의 75%를 생산한다. 이곳 중소 공장들은 코로나 이후 내수 부진으로 놀고 있던 상황에서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유통망을 만나 백패(白牌·노 브랜드) 상품을 전 세계로 내보내는 통에 신바람이 났다.

테무 창업자 황정은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자로 구글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의 지휘 아래 AI 기반의 데이터,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 쿠팡의 김범석 의장 역시 미국 하버드대 재학 시절 창간한 잡지를 뉴스위크에 매각할 정도로 일찍이 수완을 보인 사람이다. 쿠팡은 창사 이후 13년간 6조원의 적자를 보면서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닦았다. 지난해 연간 흑자로 결실을 보게 된 때에 중국 플레이어들의 공습을 맞은 것이다.

유통 시스템에선 중국 기업과 쿠팡 등 국내 업체 간 싸움은 해볼 만하겠지만, 중국 저변의 물량 공세는 감당하기 버거워 보인다. 질적으로도 괜찮은 제품을 싸고 빠르게 대량으로 만들고, 배송까지 점점 속도가 붙고 있어 유통에서도 ‘차이나 포비아’가 형성되고 있다. 요소수 사태에서도 보듯 지나친 시장 잠식은 끔찍하다. 대책이 마땅하지는 않지만, 온라인플랫폼법 식으로 정부가 국내 기업 뒷다리 잡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기업 정책은 반드시 세계 산업 흐름 속에서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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