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배당락일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가 장기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데다 은행주의 1분기 실적 전망도 개선되고 있어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우리금융지주를 1326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4위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1166억원으로 순매수 5위였다. 외국인은 신한지주는 571억원, 하나금융지주도 312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매수 행렬이 이어지면서 잠시 조정받았던 은행주 주가도 다시 오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11.2%, 신한지주는 6.5%, 하나금융지주는 7.7% 각각 상승했다. 4대 은행주 중에선 우리금융지주만 1.09% 하락하며 비교적 약세였다.
통상적으로 은행주는 결산 배당 기준일이 지나면 배당을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배당락 효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빠지는 게 일반적이다. 4대 은행지주 중에서는 신한지주가 지난달 23일로 배당기준일이 가장 빨랐고 하나금융지주가 28일,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이 29일이었다. 지난달 26일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초안도 공개되면서 은행주는 배당락과 저주가순자산비율(PBR)주 테마 호재 소멸이 겹쳐 단기간 조정을 겪었다.
그러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상장기업에 대해서도 일정기준 미달하는 기업에 대해서 퇴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저PBR주는 다시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 역시 은행주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고 보고 베팅한 것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1분기 배당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도 들어오고 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주요 금융사 실적발표 때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보다 확대됐음을 감안하면 은행 경영진의 주주환원 의지는 매우 강력함을 알 수 있다"며 "이익 증가, 저평가 매력, 총주주환원 강화 등 기존 은행주 상승 모멘텀은 여전히 지속 중"이라고 분석했다.
대출 금리가 안정되면서 은행들의 올 상반기 실적 전망이 상향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은행주 매수의 배경으로 꼽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2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 1조3925억원에서 전날 기준 1조5013억원으로 늘어났다. 신한지주 역시 같은 기간 2분기 순이익이 1조3487억원에서 1조3606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1분기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충당금 측면에서도 아직 큰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1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들이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