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는 일본 닛케이지수가 40,000선마저 넘어섰다. 4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 오른 40,109.23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40,000선을 웃돈 것은 1949년 5월 16일 176.21로 거래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도쿄주가평균지수였던 이름을 닛케이지수로 바꾼 1985년부터 따지면 39년 만이다.
대형 하이테크주 랠리
1990년 버블(거품)경제가 붕괴한 이후 닛케이지수는 줄곧 약세를 면치 못했다. 2009년 3월에는 지수가 7054까지 떨어졌다. 이로부터 2015년과 2021년 지수가 20,000선과 30,000선을 회복하기까지 6년씩 걸렸다. 반면 40,000선을 넘는 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지난달 22일 39,098로 1989년 12월 말 기록한 38,915를 34년 만에 갈아치운 이후 닛케이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미국 주식시장에서 하이테크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힘입어 도쿄증시에서도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올랐다.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밴티스트, 신에쓰화학공업, 소프트뱅크그룹 등 반도체 관련주 네 개가 이날 지수를 200포인트(약 0.5%)가량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관련주 중심의 대형 하이테크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도는 이날도 이어졌다. 닛케이지수를 상대적으로 가치주 비중이 높은 토픽스지수로 나눈 ‘NT배율’은 14.82배로 2021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2021년은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금융 완화에 나선 영향으로 성장주가 급등한 때다.
실적도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상위 시장인 프라임시장 상장사의 2023년 순이익은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기업 최초로 순익이 4조엔(약 35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발표한 도요타자동차의 시가총액은 지난 1일 처음 60조엔을 넘어섰다.
‘포모 장세’ 언제까지
일부 전문가는 40,000선을 넘은 지수가 연말까지 48,000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지수가 올 들어서만 10% 가까이 급등하자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인 도쿄일렉트론의 예상 주가수익률(PER)은 53배로 작년 말 예상치 38배를 크게 웃돌았다.지수가 단기 급등한 데 따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장세’ 측면이 강해졌다는 진단이다. 히라쓰카 다카시 리소나애셋매니지먼트 수석어드바이저는 “뒤늦게 가세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리며 다시 매수세를 끌어들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주가지수 상승세를 웃도는 운용 실적을 목표로 움직이는 액티브펀드 매니저들은 과열 양상이 뚜렷한데도 지수를 주도적으로 끌어올리는 반도체 관련주 비중을 늘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최근의 오름세가 일부 대형주만의 잔치라는 정황은 이날 프라임시장 상장사 1120곳의 주가가 하락한 데서도 확인된다. 전체 상장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야스다 슈타로 도카이도쿄인텔리전스라보 시장 애널리스트는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는) 지수와 달리 현재 주식 시장을 강세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