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모든 칩 제작할 때 AI 도입”
글로벌 반도체업계에 AI 도입 열풍이 불고 있다. 칩 양산의 첫 번째 단계인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 검사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AI가 칩 설계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 공정에서 불량률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AI가 향후 반도체 기업의 생산성을 열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은 칩 설계가 주요 사업인 팹리스다. 특허 분석 등 노동집약적 업무부터 트랜지스터(전류 스위치 역할을 하는 부품) 배치, 설계 오류 탐색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대만 팹리스 미디어텍은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최신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의 소비전력을 6%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팹리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모든 엔비디아 칩은 설계할 때부터 AI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 전문 기업들도 AI 활용에 눈을 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국제학회 ‘SPIE AL 2024’에 참가해 AI 기반 반도체 계측 기술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계측은 반도체 공정에서 미세구조를 검사해 불량품을 걸러내는 작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제품 품질 변동폭을 기존 대비 약 29%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삼성전자 2030년 무인화 칩 공장 목표
반도체산업에서 AI 적용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3㎚(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 진입하면서 반도체기업이 써야 하는 비용과 시간이 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3㎚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설계’ 비용만 최대 5억9000만달러(약 7900억원)에 달한다. 직전 세대인 5㎚(4억1600만달러) 대비 41.8% 급증한 것이다.반도체기업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AI와 이를 접목한 로봇을 통한 ‘무인화’다. 미국 인텔은 최근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열 배 높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코봇’이라는 AI 협동로봇을 공정에 투입해 생산량 예측, 품질 개선, 칩 생산에 활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2030년 목표로 공장 무인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반도체 패키징 등 후공정 장비 납품사에 ‘자동화 기능 의무 장착’을 주문했다. ‘공정 자동화’에 특화한 AI 전문가도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승부처로 꼽히는 2㎚ 공정에 AI를 도입했다. 칩의 성능을 결정하는 노광(리소그래피) 작업에 엔비디아의 ‘쿠리소’ AI를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TSMC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포토마스크 제작 기간을 기존 2주에서 8시간으로 단축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