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상 최대 실적이라면서 주가가 왜 이런가요.”
알리 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대표되는 중국의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의 습격에 네이버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오면서 네이버의 고성장을 견인해온 쇼핑의 성장세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는 6월로 예정된 네이버웹툰의 상장도 주가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41% 하락한 19만5000원에 마감했다. 올들어 12.94% 떨어졌다. 지난해 10조원에 육박하는 연매출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속절 없이 내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의 작년 성적표보다 커머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쿠팡 등 기존업체들과의 경쟁에 중국업체들이 가세하면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달 네이버의 투자설명회(NDR)에서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위협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펀드매니저는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로 네이버의 거래액 성장률은 연중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네이버의 커머스 부문 매출 성장률이 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성장률은 35.7%였다. 목표주가는 32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내렸다.
네이버는 주가수익비율(PER)이 40배에 달하는 고성장주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이상 PER 25배)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높다.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 주가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침투가 네이버 단기 실적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광고비를 늘리면 네이버 광고 부문의 실적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알리 익스프레스, 쉬인 등은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전 세계 광고시장을 흔들고 있다.
작년 한 해 알리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그룹의 광고비는 90억위안(약 1조6600억원)에 달했다. 쉬인도 같은 기간 10억달러(1조3300억원)가 넘는 광고비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컨퍼런스 콜에서 “네이버 쇼핑은 광고 중심이기 때문에 중국 커머스 플랫폼이 경쟁 상대 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파트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 자회사인 네이버웹툰의 미국 상장도 주가 상승요인으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네이버웹툰의 적정 가치를 5조원 내외로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네이버웹툰이 5조~6조원의 몸값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정도의 기업가치는 네이버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웹툰 거래액 성장률이 12.2%로 낮아진 상황이라 상장 기업가치 및 이후 주가 흐름에 있어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안타깝게도 웹툰 IPO가 네이버 주가의 단기 상승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