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차례 사법처리 압박에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다수는 끝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의사는 대체불가능한 직역이라는 점 때문에 제도적으로 신분이 보장되고 정부와의 수차례 대결에도 패한 전례가 없던 것이 이번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집단행동을 주도한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3개월’ 처분과 함께 면허 취소 시 재취득이 어렵도록 면허 재교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면허 정지와 취소는 의사에게 큰 압박 수단이 되지 못했다. 2000년(의약분업), 2014년(원격의료), 2020년(공공의대) 등 세 차례의 ‘의사 집단행동’이 발생했지만 정부가 꼬리를 내리면서 대부분 의사에 대한 고발과 행정처분은 취하되거나 선처로 마무리됐다.
정부는 미복귀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 불이행확인서를 받아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경우 최소 3개월에서 1년 이하의 면허정지 처분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기소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문제는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다시 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정도로 재취득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면허 재취득의 경우 현재까지는 별도의 운영 기준 없이 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결정하는 구조였다. 위원의 성향이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부분도 문제다. 위원회의 결정이 난 뒤 40시간 교육을 받으면 재취득이 가능하다. 의료법 제65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면허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반성의 태도)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번에 면허 재교부 기준을 마련하고 집단행동을 주도한 전공의 등 국민 피해가 컸던 의료진에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면허가 취소됐다는 것은 의료인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재취득은 매우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하고 이는 복지부 장관의 재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행동으로 인해 환자가 피해를 받았다면 이는 아주 엄격하게 봐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면허 재교부율은 5~6%에 불과하다. 아직 재교부 기준을 세우기 전 단계지만 면허 재취득을 최대한 엄격하게 허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면허 재교부 기준 마련과 함께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의료대란 사태 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상당한 인력과 비용, 시간이 소요됐고 현장 혼란도 많아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한다”며 “의료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대학병원 교수는 “이전 정부와 달리 치밀한 법적 조치가 없다면 전공의 움직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