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방폐장법) 등 시급한 민생 법안을 쌓아둔 채로다.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5월 국회가 남아 있지만, 총선 직후여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어 남은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헌정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21대 국회의 참상이다.
새해 총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14개 국회 상임위원회 중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7개 상임위는 법안 쟁점을 조율하는 법안심사소위조차 연 적이 없다. 사실상 해당 상임위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포화에 이른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신설을 위한 방폐장법은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했다. 현 상황이 계속되면 2030년부터는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지만,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줄폐업을 막기 위한 보완 입법도 실종 상태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서비스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등 처리를 기다리는 민생 법안은 한 무더기다. 그나마 방산 수출에 필요한 정책금융을 확대하는 수출입은행법과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적용을 3년간 미루는 주택법 개정안이 막판 통과된 것은 다행스럽다.
21대 국회는 지난 4년간 역대 최다인 2만5759건(정부 발의 포함)의 의안을 발의했지만, 이 중 9452건(36.6%)만 처리했다. 나머지 1만6307건은 자동 폐기가 임박했다. 최악의 성적표다. 4년 전 여야 모두 ‘민생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허울뿐이었다. 민생보다는 당리·당략을 앞세우며 ‘정쟁’과 ‘방탄’으로 세월을 보냈다. 저성장, 인구 감소, 지방 소멸 등 국가 미래가 달린 핵심 의제는 다뤄본 적도 드물다. 오는 5월 29일까지 남은 임기 동안에라도 시급한 경제·민생 살리기 법안 처리에 힘을 모아야 한다. 최소한의 염치만은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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