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해 병원이 텅텅 비었습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A씨가 20일 출근 후 병원을 둘러본 뒤 한 말이다. 이 병원은 1~4년 차 전공의가 이날부터 대거 출근하지 않아 상급자인 A씨가 대신 역할을 떠안았다. 이날까지 전국 전공의 55%가 사직서를 제출한 가운데 서울성모병원은 290명 중 190명(65.5%)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A교수는 “급하지 않은 수술을 무기한 미뤘고, 경증 입원환자는 퇴원 조치했다”며 “전공의가 대거 빠지면서 병원이 사실상 멈췄다”고 말했다.
서울의 주요 병원인 ‘빅5’(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번진 파업이 ‘의료대란’으로 이어졌다.
이날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환자들은 병원 측으로부터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응급실 운영 인력이 없어서다. 중증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은 퇴원 준비로 바빴다. 현장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병원이 전공의 파업으로 일손 부족을 호소해 급하게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반포동의 서울성모병원도 환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6개월 전 담낭염 수술을 했다는 서모씨(63)는 새벽에 갑자기 복통을 느껴 응급실을 찾았지만 무한정 대기해야 했다. 서울대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김모씨는 “백혈병인 초등학생 아이의 치료와 검사가 급한데 파업으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예정돼 있던 수술의 30%가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빅5 이외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부산 동아대병원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총 244명의 전공의 중 216명이 사직서를 냈다. 전북대병원, 부산 고신대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등 전국 주요 대학병원은 근무하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비율이 70~9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큰 소동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접수된 총 34건의 피해 상담 사례 가운데 수술 취소는 25건, 진료예약 취소는 4건, 진료 거절은 3건, 입원 지연은 2건으로 집계됐다.
안정훈/정희원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