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거지 개선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함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모델링시 철근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천정부지로 오른 정비사업 공사비 문제도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한국리모델링협회 주관으로 열린 ‘공동주택 리모델링 당면 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발표자로 나선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상호 경쟁적 관계에서 보완적 관계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며 “각각의 특성에 맞는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뼈대)를 유지한 채 증축하는 방식이다. 이에 재건축 관련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거나 용적률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 사례가 많았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조합이 설립된 공동주택 리모델링 단지는 전국 151개 단지, 12만621가구다.
지난해 법제처가 리모델링시 필로티 구조에 대한 기존 해석을 뒤집으면서 리모델링 시장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잇따른 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는 대폭 완화하면서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갈아타려는 단지들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국민의 주거권 향상을 위해 리모델링이 필요한 단지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용석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노후주택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으로 편중시키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과 필요성을 검토해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거권 보장을 위한 선택적 사업방식으로서 리모델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법체계, 사업절차 개선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사업 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어 자발적 리모델링 사업추진 단지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처 유권해석 변경에 대한 국토교통부 서울시의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송득범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는 “국토부가 십년 넘게 운영해오던 규정이 법제처 한 마디에 경과규정도 없이 시행됐다”며 “만약 조합이 행정소송을 법원이 또 다른 판단을 내리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호한 규정이 있다면 정부가 명확히 법을 개정해 법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대비 사업비가 적게 드는 리모델링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박홍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현행 리모델링 방식은 너무 많은 구조를 철거하다 보니 사업비가 많이 든다”며 “공사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공방안, 탄소가 적게 배출되는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 활성화 방안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