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AI 활용 실험
19일 방문한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사옥. 사무실 곳곳에 VOC 랩을 들여다보며 일하는 직원이 눈에 띄었다. VOC랩은 월 200만 건에 달하는 고객센터 상담 내용을 AI가 분석·요약해주는 검색 시스템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듯 키워드를 입력하면, 설정 기간에 이뤄진 관련 상담 내용 전문을 보여준다. ‘로밍 요금’을 입력하자 최근 두 달간 이뤄진 상담 기록 약 11만 건을 발라냈다.VOC 랩이 만든 요약문을 보면 이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문의했고, 이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과거엔 상담 내용을 보려면 녹취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들어야 했다. 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한 AI 기술인 ‘익시’를 활용해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3~4년 치 고객 상담 내용을 학습시켜 AI가 전후 사정과 맥락을 파악하고 요약까지 하도록 했다.
김형달 고객가치혁신콘텐츠팀장은 “상품·서비스 관련 문의나 불만 사항을 고객 상담 관련 조직만 보는 데 그쳐선 안 된다는 의견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VOC 랩을 기업 간 거래(B2B) 모델로 판매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추후 생성 AI 방식을 추가할 계획이다.
통신사 새 먹거리 AICC
AICC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콜센터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AI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늘면서 생긴 일이다. AICC는 음성 인식, 문장 분석 등 각종 AI 기술을 적용한 콜센터 서비스를 일컫는다. 통상 AI와 상담원이 상담 업무를 나눠 맡는다. 단순 예약, 안내, 고장 접수 업무는 챗봇·콜봇 등 AI가 담당하고, 인간 상담원은 보다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아마존, 어바이어, 제네시스, 보니지 등 글로벌 IT 기업도 이 분야가 새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국내에선 LG유플러스를 비롯해 SK텔레콤, KT가 AICC 사업 강화에 공들이고 있다. 대규모 고객센터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데다 관련 데이터를 다량 확보한 점 등에서 비통신업종 기업보다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국내 AICC 개발사 페르소나AI에 주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3대 주주 지위를 획득했다. SK텔레콤과 페르소나AI는 AICC 공동 사업을 추진 중이다.
KT는 이미 의미 있는 규모의 매출을 내고 있다. 지난해 AICC 수주액도 2500억원을 넘었다. 2022년 수주 규모(785억원)의 3배를 웃돌았다. 회사 관계자는 “2년 내 국내 기업의 약 3분의 2가 AICC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AICC 매출 목표를 2025년 3000억원, 2027년 5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AICC 시장은 2020년 4200만달러(약 561억원)에서 2030년 3억5100만달러(약 4688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