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0일 12: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쩜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비스앤빌런즈가 한국거래소의 상장 '미승인' 판정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 시장위원회 재심까지 받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예비 기업공개(IPO) 기업과 주관사 등 시장은 자비스앤빌런즈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상장위원회에서 미승인 판정을 받은 뒤 시장위원회에서 결과가 뒤집힌 사례가 연달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자비스앤빌런즈는 거래소 코스닥 시장위원회 일정이 정해지면 상장 예비 심사 자진 철회할지, 시장위원회 재심까지 받을지 결정할 계획이다.
자비스앤빌런즈 관계자는 "자진 철회, 재심, 재청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거래소로부터 공식 미승인 통보가 오지 않은 만큼 내부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위원회는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려는 기업의 상장 승인과 상장 폐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구다.
심사 규정상 상장위원회에서 미승인 결정이 나면 자동으로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재심을 받게 된다. 과거에는 상장위원회 심의에서 최종 결과가 확정됐지만, 재심의 기회를 주기 위해 규정이 바뀌었다.
과거에도 미승인을 받은 기업이 거래소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면 재심의 기회가 주어지긴 했지만, 그동안 거래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이의신청까지 가는 사례는 드물었다.
규정이 바뀐 뒤에도 상장위원회에서 미승인 판정을 받으면 코스닥 시장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대부분의 기업이 상장 예심을 자진 철회했다. 그동안 시장위원회에서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데다 굳이 미승인 꼬리표가 달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6년 툴젠을 비롯해 디앤디파마텍, 지씨티세미컨덕터 등이 상장위원회에서 미승인 결정을 받은 뒤 시장위원회 재심을 받았지만, 모두 미승인으로 결론은 같았다.
그런데 최근 시장위원회 단계에서 결과가 바뀌는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신약개발사 에이프릴바이오는 상장위원회의 미승인을 받은 뒤 시장위원회 상장 심사 의결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됐다. 그 뒤를 이어 올해 1월 클라우드 컴퓨팅 및 디지털전환(DT) 전문기업 이노그리드가 상장위원회에서 시장위원회 재심에서 결과를 뒤집고 승인받았다. 작년 2월 상장 예심을 청구한지 11개월만이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상장위원회와 시장위원회 인적 구성이 다른 만큼 상장위원회와 시장위원회가 바라보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이 됐다”며 “자비스앤빌런즈 등이 시장위원회 재심까지 검토하는 것 역시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코스닥시장본부장이 시장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했지만 2018년부터 외부에서 선출하고 있다.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거래소와 위원회를 완전히 분리해 별도 기구로 설립한 결과다. 현재 시장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일각에선 시장위원회에서 결과가 뒤바뀌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기업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는 상장 심사 부서에서 1차 결정을 내린 뒤 해당 내용을 상장위원회에 올려 해당 결정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몇 달간 서류 심사 및 실사 등을 거쳐 심사 부서 및 상장위원회가 내린 결정이 단 몇 주 만에 시장위원회에서 뒤집힌다는 건 명백한 심사 오류가 있지 않은 한 심사 일관성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진 않다”며 “절차적으로 심사 결과가 바뀐 사유를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