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확대에 필수적인 온라인 '약 배송'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처음으로 나온다. 약국을 방문하지 않아도 처방약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원격 약 배송이 제한돼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여당에서 관련한 약사법 개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약사법 개정안을 마련해 공동발의에 참여할 의원을 모으고 있다.
조 의원안은 현재 약사와의 직접 대면으로만 가능한 조제약 수령을 '원격통신 장치에 의한 방법'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에선 '약사의 구두에 의한 복약지도'가 있어야 약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비대면으로도 가능케 한 것이다.
현행법은 의약품을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조 의원은 여기서 예외 조항으로 △대면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 및 방법에 의해 교부된 처방전에 따라 그 약국에서 조제한 의약품을 환자에게 인도하는 경우, △그 약국 또는 점포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을 환자에게 인도하는 경우를 신설했다. 비대면으로 작성된 처방전에 따라서도 조제약을 받을 수 있게 명문화한 것이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 플랫폼업계는 약 배송을 허용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현재는 정부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화상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는 야간·휴일에 누구나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후 처방약 수령은 약국에 직접 가 대면 수령을 해야 한다. 섬·벽지, 거동 불편자 등 일부 예외에 대해서만 재택 수령이 가능하다.
문제는 야간·휴일에 비대면 진료를 받으면 대부분 약국이 문을 닫아 약을 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반쪽 비대면 진료'라는 지적이 있었다. 또 평일 낮 시간에 약국이나 병원 방문이 어려워 비대면 진료를 선호하는 직장인이나 맞벌이 가정에서도 약 배송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평과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의힘도 이에 발맞춰 이달 총선 공약으로 '비대면 진료 대폭 확대' '공공심야약국 약 배송 허용' 등을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다만 약사단체에선 의약품 오남용 문제 등을 이유로 약 배송을 반대하고 있다. 국회에는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법안도 여야 모두에서 다수 발의돼 있지만 약사 출신 의원들의 반대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