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과 먼지 때문에 항상 창문을 닫아놓고 살았어요. 철도가 지하화되면 집값도 오르고 삶의 질도 좋아질 것 같아요.”
지난 15일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 인근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신도림동에 19년째 사는데 소음에서 벗어날 희망이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국회에서 ‘철도 지하화 특별법’(철도 지하화 및 철도 용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지상철이 지나는 지역 부동산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수혜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철도 지하화 특별법은 지상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지상 철도 용지와 주변을 국유재산 출자 등을 통해 개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토교통부는 연내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주요 후보지로 경부선(서울역~당정역), 경인선(구로역~인천역), 경원선(청량리역~도봉산역)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지방 노선도 사업 대상지로 꼽힌다.
서울에선 지상철이 지나는 지역 중 경인선과 경부선이 모두 통과하는 구로구가 주목받고 있다. 구로역~온수역(경인선) 5.6㎞, 신도림역~가산디지털단지역(경부선) 2.2㎞ 구간이다. 철도 지하화 특별법 통과 후 구로구는 ‘2050 구로 도시발전계획’과 연계해 지상 철도 부지 활용 방안 및 구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지상 철도로 인해 구로동과 신림동이 단절되고 교통 문제가 발생해서다. 구로동 B공인 관계자는 “매물을 거둬들일지 고민하는 문의 전화가 적지 않다”며 “같은 아파트라도 철로 바로 앞이면 시세가 평균 2000만~3000만원 낮게 형성되는데 앞으로 가격 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구로동 ‘신도림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0㎡는 지난달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직전 거래(지난해 10월)는 7억5000만원이었다. 신도림동 ‘신도림 대림e편한세상 2차’(사진) 전용 84㎡는 지난달 10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1월 거래 때보다 8000만원 올랐다.
경인선과 경부선이 지나는 수도권 지역 신규 분양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우건설이 이달 부천 소사구 송내동에서 ‘송내역 푸르지오 센트비엔’을 공급한다. 인근에 경인선 송내역과 중동역이 있다. 지상철이 지나 소음 문제가 아쉬운 점으로 꼽혔지만 공원 등으로 개발되면 주거 환경이 쾌적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수원도 철도 지하화 사업 후보지 중 하나다. 대방건설이 성균관대역 근처에서 이달 1744가구 규모의 ‘북수원 이목지구 디에르트 더리체’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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