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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한 가운데 미 중앙은행(Fed)에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 잇따랐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고 판단하기 전까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이클 바 Fed 금융감독 부문 부의장은 14일(현지시간) )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적했듯이 나와 연준 동료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가는 길에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연방기금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에 계속해서 좋은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날 미 노동부는 1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추정치인 2.9%보다 높았다. 물가상승률이 2%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나자 Fed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지연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바 부의장은 "예상보다 강한 물가 지표는 Fed의 물가 목표치(2%)로 수렴하는 길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줬다"며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 부의장을 비롯해 Fed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3월 조기 인하론을 일축해왔다.
바 부의장은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이 둔화한 원인으론 공급망·노동시장 정상화를 꼽았다. 그는 "공급망이 개선되면서 사람들의 노동력 복귀 흐름이 가속화됐다"며 "성장이나 고용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 생산성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 부의장은 "생산성 향상은 신기술 통합, 업무수행 방식 개선,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 조성 등 지속적인 혁신에서 창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역설했다.
바 부의장이 생산성 향상을 강조한 배경엔 상품 가격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은 또 다른 원인을 상품 가격 인하에서 찾은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해서 둔화했다는 평가다. 다만 그는 최근 뉴욕 커뮤니티은행(NYCB)의 주가 폭락 등 상업용 부동산 위기에도 미국 은행 부문이 건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 부의장은 "시스템 전반에 걸쳐 유동성 문제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한 은행의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충당금이 늘어났다고 해서 전체 은행 시스템이 강력하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