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국 대학병원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자발적 퇴사’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집단 퇴사를 단체행동으로 간주해 강경 대응을 예고하자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공개하는 전공의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의사협회 등 선배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부추기지 말아달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 병원의 전공의 A씨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내용의 글을 개인 SNS에 올렸다. A씨는 기자에게 “근무하는 병원에선 첫 번째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병원에서 1개월 더 근무하라는 이야기를 들어 당분간 업무는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전날 대전성모병원 인턴으로 근무한다고 밝힌 홍모씨도 유튜브를 통해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입사를 포기하고 쉬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사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7일께 구체적인 투쟁 로드맵이 완성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15일 열리는 궐기대회 이후 총파업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파업 시기 등은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이 가시화될 것이란 언급도 있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수면 위에 보이진 않더라도 이미 전공의 단체 행동이 시작됐다”며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선 전공의 집단 사퇴가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대학병원이 실제 사표를 수리하긴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빅5’ 병원 등 주요 병원에 사표가 수리된 것은 없다”며 “정부가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병원이 이를 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개별적 사표 제출도 집단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개별성을 띤다고 해도 사전에 동료들과 상의했다면 집단 사직서 제출로 볼 수 있다”며 “개별적으로 레지던트에 지원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는데, 이 경우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인턴들은 입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불이익이 큰 만큼 사직서 제출을 자제해달라는 취지다.
전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다음달 시작하는 1학기 동반 휴학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행동 방향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현아/이지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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