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안하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6년 전까지만 해도 에코백(천으로 만든 가방)이나 달력은 공짜 사은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걸 '돈을 주고 사고 싶게끔 하자'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요즘 트렌드의 최정점에 있는 브랜드들이 한데 모였다는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2층 브랜드들 중에서도 '드파운드'의 인기는 손에 꼽는다. 지난해에만 매출이 120% 늘며 단숨에 '300억원대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올해는 500억원이 목표다. 드파운드가 무섭게 성장할 수 있었던 '역발상'이었다고 창립자인 정은정·조현수 공동대표는 설명했다.
굳이 '내 돈 주고는 안샀던' 에코백·달력을 팔기 시작했고, 잡화에서 시작해 옷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오프라인 매장을 먼저 낸 후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은 '선(先)온라인, 후(後)오프라인' 전략도 먹혀 들어갔다.
◆'패션 덕후' 두 명이 뭉쳤다
드파운드의 시작은 2016년이다. 사무실을 공유하는 지인 사이였던 정 대표와 조 대표는 '패션'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매개로 가까워졌다. 정 대표는 "엄청난 걸 하겠다고 시작한 일은 아니"라며 "둘다 패션을 좋아하니 작게라도 무언가를 같이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두 대표의 첫 작품은 옷이 아닌 에코백과 달력이었다. 옷을 파는 브랜드는 워낙 많았던 만큼 차별화를 노리기 위함이었다. 조 대표는 "'남들은 안하는 것'을 고민하다보니 '사람들이 돈 주고 사기 아까워하는 걸 사게끔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에코백과 달력 모두 사은품으로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예쁘게 만들어서 팔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우선 품질과 디자인이 압도적이어야 한다고 두 대표는 판단했다. 밤낮없이 공장을 돌아다니며 봉제·마감 등 공정을 꼼꼼히 챙겼고, 조금이라도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1000개가 넘는 물량이라도 전부 폐기했다. 박스에 붙이는 테이프까지 하나하나 직접 만들며 디자인 수준도 끌어올렸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에코백·달력을 왜 몇만원씩 주고 사냐는 고객들도 있었는데, '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에코백 만들다 옷까지 확장
에코백과 달력이 인기를 끌다보니 '함께 입을 옷도 만들어달라'는 고객 요청이 빗발쳤다. 그렇게 드파운드는 맨투맨, 목도리, 코트 등 의류로까지 카테고리를 늘렸다. 보통 의류 브랜드로 시작해 잡화로 품목을 확장하는 게 일반적인데, 드파운드는 그 반대의 전략을 택한 것이다. 지금은 전체 품목 중 의류의 비중이 60%로까지 높아졌고, 매출도 절반이 의류에서 나온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유통망을 넓혀간 것도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이다. 조 대표는 "브랜드가 점차 알려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한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 가방을 사고 싶다며 사무실로 찾아오기까지 했는데, 직접 물건을 보고 바로 살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남동 쇼룸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백화점 5곳에 매장을 냈다. 더현대서울, 더현대대구,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유명 백화점에 줄지어 입점했다. 조 대표는 "백화점 진출 후 고객층이 확연하게 넓어졌다. 가격대가 적지 않다 보니 기존에는 3040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첫 백화점 매장이었던 더현대서울에 들어가면서 구매력을 갖춘 1020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들이 대거 유입됐다"고 말했다.
신생 온라인 브랜드가 백화점에 진출할 수 있었던 건 2022년 11월 이뤄진 브랜드 인큐베이터 '하고하우스'의 투자 덕분이다. '마뗑킴'을 비롯한 MZ 브랜드를 전국구로 키워낸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정 대표는 "하고하우스를 통해 백화점 비즈니스 전반을 지원받았고, 빠르게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도 수도권 및 지방 백화점, 그리고 면세점 등을 중심으로 11개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