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올해 건설회사의 대규모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건설업 회계처리를 집중 점검하기로 하자 일부 건설사는 1000억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등 ‘손실 떨어내기’에 나섰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집계하면서 11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대구 등 지방사업장 미분양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779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68.4% 급감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12.8% 줄어든 6625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손실의 상당 부분은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 사업장에서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대우건설은 동구 ‘용계역푸르지오아츠베르 1단지’ 등 5개 단지에서 3548가구를 공급했으며, 이 중 미분양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지 절반이 대구에 몰려 있는 신세계건설도 ‘어닝쇼크’ 수준의 손실을 냈다. 지난 8일 장 마감 후 공시에 따르면 작년 영업손실은 1878억원에 달한다. 2022년(-120억원)보다 15배 불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2600억원에 달하던 공사미수금 중 상당 규모를 대손충당금으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대구 내 주요 사업장인 빌리브헤리티지(수성구)와 빌리브루센트(북구), 빌리브라디체(달서구)의 분양률은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구 미분양 여파는 건설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4곳(총 가구 기준 1633가구), 현대엔지니어링 3곳(1790가구), 포스코이앤씨(695가구)와 SK에코플랜트(861가구)가 각각 2곳의 미분양 사업장을 갖고 있다. GS건설은 대구 4개 사업장(총 4365가구)에서 1000가구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 미분양은 1만245가구에 달한다.
수도권도 미분양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은 6만2489가구로, 한 달 전보다 7.9% 증가했다.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미분양이 1만31가구로 전월 대비 43.3%(3033가구) 급증한 영향이 컸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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