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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한마디에 무작정 일정 취소…허탈한 공무원들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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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는데, 다음 주 업무계획 보고는 90% 이상의 확률로 연기될 것 같네요.”

설 연휴 시작 전날인 지난 8일 오후.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오는 14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업무계획 보고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불과 세 시간 전만 해도 농식품부 출입기자단에 이 일정이 포함된 차주 보도계획이 배포됐는데, 느닷없이 일정 변동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정부 부처들의 새해 업무계획은 그간의 추진 성과와 평가를 정리하고, 올해 중점적으로 다뤄야 하는 과제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순히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을 넘어 장·차관이 올해 계획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직접 브리핑에 나선다. 올 한해 농식품부가 꾸려 나갈 ‘농사’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중요 행사인 것이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 13일. 결국 농식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계획은 연기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일정이 연기됐다”며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농식품부 직원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정 연기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부처의 업무계획 보고가 갑작스레 연기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해양수산부와 외교부 또한 지난 2일 업무계획 보고가 예정돼 있었지만, 당일 오후 대통령실 요청으로 갑작스럽게 일정이 취소됐다. 해수부의 경우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사전 브리핑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당시 해수부도 명확한 일정 취소 사유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일정을 미뤄야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엔 제 5차 민생토론회 개최를 30분 앞두고 불참을 통보하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아침부터 목이 잠기고 감기 기운이 있다”며 대중이 모이는 공개 행사에서 말씀하기가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토론회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대신 주재했다. 당초 계획됐던 토론회 생중계도 취소됐다.

대통령실 말 한마디에 무작정 일정이 취소되는 것을 두고 공무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대통령실 일정 변경으로 인해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도 “대통령실 말 한 마디에 야근하면서 열심히 준비한 공무원들 입장에선 기운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장관이 직접 대통령에게 브리핑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직원들 입장에선 적지 않은 압박감을 받는 행사”라며 “중요한 시험 날짜가 잠시 뒤로 밀린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에서 부처 외청들의 개별 브리핑과 보도자료 배포 시점까지 일일이 간섭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 외청인 통계청과 국세청은 각각 지난 7일과 8일 각각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열었다. 대통령실이 직접 브리핑 날짜를 정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용/강경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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