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2일 09: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받은글) 4월 법정관리 업체. A건설, B건설(법정관리 들어가기 위해 변호인단 구성), C건설, D건설…."
설 연휴를 앞두고 이 같은 속칭 '찌라시'가 확산됐다. 17개 건설사가 오는 4월께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업 계열사도 다수 포함됐다.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한테까지도 찌라시가 전해지는 등 일파만파로 번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찌라시에는 알만한 건설사들이 두루 포진됐다. 이들 건설사 법정관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신용평가(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받은글에 나온 한 건설사는 모그룹이 상당한 자금지원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태영건설의 자금난이 유독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다른 건설사의 신용위기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재무팀과 여의도 증권가는 '4월 위기설'을 심상찮게 받아들이고 있다. 총선이 끝나는 4월 직후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아서다.금융당국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여러 차례 엄포를 놨다. 구조조정에 미진한 곳은 책임을 묻겠다고도 쐐기를 박았다.
구조조정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 기업(외감기업) 3만6425곳 가운데 4255곳(11.7%)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완전자본잠식 기업(3856곳)보다 10.3% 늘어난 규모다.
총선이 끝나는 4월 직후 PF·좀비기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이 마무리된 후 구조조정에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중소형 건설·증권·캐피탈사 등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용위기도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4월 위기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4월 위기설이 돌면서 기업들도 선제적 현금 마련에 나섰다. 올들어 13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17조979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에 비해 31.0%(4조2508억원) 늘어난 규모다. 순발행액(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제외한 금액)은 8조2389억원으로 21.5%나 늘었다. 지난 1월 회사채 발행액·순발행액도 역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