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금융기관이 부동산을 경매로 팔아달라며 법원에 요청한 경우가 11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집계된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은 5117건으로 전월 3910건에 비해 30.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13년 1월 5407건 이후 11년 만의 최다 기록이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일반적으로 이자가 3개월 이상 연체되면 별도 재판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신청해 진행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활용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무리하게 대출받아 아파트 등을 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고금리를 버티지 못했고, 금융기관도 부실 채권 조정에 나서면서 경매로 넘어오는 주택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아파트를 내놔도 팔리지 않고, 영끌족이 주로 자금을 동원한 저축은행과 캐피털 등 2금융권은 정부가 시행하는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참여율도 낮기에 높은 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탓이다.
1월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16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751건), 서울(510건), 인천(363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부산의 경우 전월 대비 76% 급증했는데, 매물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낙찰률도 바닥을 치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에서 진행된 주거시설 경매 630건 가운데 111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17.6%, 경매로 나온 10건 중 주인을 찾은 것은 2건이 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 매물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집계된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도 10만5614건으로 전년 6만5584건보다 61% 늘었다.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은 2020년 8만7812건, 2022년 6만5584건 등 3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였다.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이 10만 건을 넘은 것도 2014년(12만4253건)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집합건물도 전년 2만4101건 대비 62% 급증한 3만9059건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아파트를 비롯해 경매에 넘겨지는 부동산이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집값 상승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의 경매 물건 증가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