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옥석을 가리는 실수요자의 발걸음이 대단지로 향하고 있다. 단지 규모가 클수록 가격 안정성이 높고 조경·커뮤니티를 위한 공간 조성에 유리해 실거주에도 적합해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청약 접수를 진행한 단지는 총 23곳이다. 이 가운데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는 3곳으로 총 1374세대 공급에 3만7426명이 청약 통장을 접수, 27.2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1000가구 미만 단지 20곳은 4804세대 공급에 3만2465명이 접수해 6.76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해도 대단지가 4배 이상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대단지에 대한 높은 선호를 짐작할 수 있다. 대단지에 대한 높은 수요는 공급 물량의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총 29만2807가구의 분양물량 가운데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17만5640가구)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부동산R114가 통계를 조사한 이래 최고치다. 분양 시장에서 대단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오르내렸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최근 대규모 단지가 선택을 받는 요인 중 하나로는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부동산 호황기에 아파트는 규모가 클수록 인근 시세를 선도하는 랜드마크 단지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불황기에는 네임밸류에 더해 규모에 따른 다양한 수요층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어 일반 단지보다 분양가 대비 매매가 하방 압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다.
대규모 커뮤니티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대단지가 선호되는 이유로 꼽힌다. 단지 규모가 커질수록 커뮤니티 조성에 사용되는 면적 역시 넓어지기 때문에 실거주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부동산 침체로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만큼 커뮤니티에 대한 선호는 지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에게 대단지 별 커뮤니티 구성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개인에게 최적화된 단지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커뮤니티가 상향 평준화된 만큼 피트니스센터, 독서실, 경로당 등은 이미 대부분의 대단지 아파트가 갖추고 있는 기본 옵션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본 커뮤니티에 더해 문화센터, 수영장, 스튜디오, 다목적체육관 등 희소성이 높으면서 많은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이른바 ‘+α(플러스 알파)’ 커뮤니티를 갖춘 아파트가 단지 내 정주성 향상에 유리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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