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일부 직원들이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트럭 시위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700여명은 익명 모금을 통해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서울 여의도에서 3.5t 트럭 및 스피커를 이용한 1인 시위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트럭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LG에너지솔루션 본사가 있는 파크원을 중심으로 여의도 일대를 순회한다. 트럭에는 '경영 목표 명확하게 성과 보상 공정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성과급을 지난해 대비 축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경영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으로는 362%로 책정했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는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성과 지표로 반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성과급은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기본급의 870%였고 성과에 따라 최대 900%까지 지급됐다. 2022년에는 기본급 대비 평균 4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트럭 시위에 나선 주최 측은 "사측은 IRA 관련 업무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했으나, 성과급 산정 시에는 제외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적절한 설명과 양해가 없는 사측의 일방적 통보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IRA 포함 재무제표상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 산정, 목표 달성치가 아닌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이익금의 일정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는 '프로핏 셰어링' 방식 도입 등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IRA 세액 공제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 수립부터 성과 지표에 아예 반영하지 않았으며, 이를 반영한다고 해도 회사의 성과급은 목표 대비 달성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올해 성과급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지난해 870%라는 역대 최고의 성과급 지급이 가능했던 것은 기준이 되는 2022년 재무성과를 목표 대비 높은 수준으로 달성했기 때문"이라며 "회사의 사업 목표는 임의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며 자사 역량 및 수주 현황, 외부 환경에 대한 예측치 등을 기반으로 각 사업 분야별 철저한 준비를 통해 수립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상장사로서 사업 목표의 공식적 공개가 제한되고, 외부 환경에 따라 사업 실적 대비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수준과 괴리감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면서 "이를 감안해 1분기 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구성원들도 납득할 수 있는 성과급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럭 집회에 대해서는 "회사가 이미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성과급 기준, 경쟁사 대비 처우 등 동일한 내용을 익명 트럭 집회를 통해 또다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면서도 "구성원들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논란이 일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일 최고경영자(CEO) 김동명 사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현행 성과급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직원들 의견에 공감한다. 많은 고민을 통해 1분기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향후 총보상 경쟁력을 더 높여 경쟁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