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비대면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이를 겨냥한 보이스피싱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환 대출 과정에서 계약 위반이라거나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대출 잔액의 일시 상환을 요구하면서 입금을 유도하는 식이다. 올해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보이스피싱 배상 책임이 강화되면서 금융권도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현대캐피탈은 보이스피싱 예방 시스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피해를 줄이고 있다. 4일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보이스피싱 민원은 1013건으로, 전년(1321건) 대비 23.3% 감소했다. 실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던 보이스피싱 예방 건수는 지난해 263건(42억원 규모)에 달했다.
현대캐피탈이 지난해 자체 개발한 ‘AI 모델’의 효과가 컸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AI 모델에 고객 동의를 거쳐 수집한 신상정보, 금융거래 이력, 디지털 친화도 등 500여 종에 이르는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기존 보이스피싱 피해 고객의 정량적·정성적 속성도 담았다. AI 모델은 학습 결과를 토대로 피해 발생 가능성을 세분화해 도출한다. 이후 위험률이 높은 고객 순서대로 보이스피싱 위험을 알리는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2022년 3월 도입한 금융사기 탐지 시스템(FDS)도 피해 예방에 한몫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자사 앱 설치 고객을 대상으로 악성 앱 탐지 솔루션을 적용했다. 스마트폰에서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원격 제어를 통해 자금을 빼가는 악성 앱의 설치 여부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삭제하는 기술이다. 탐지된 악성 앱을 삭제하지 않은 고객은 현대캐피탈에서 대출받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평일 업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에만 운영하던 보이스피싱 전용 상담 채널을 365일, 24시간 체제로 전면 개편했다. 피해 발생 즉시 전문 상담원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김용혁 현대캐피탈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는 “AI 기술을 활용한 예방 시스템을 추가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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