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2일 14: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건설이 회사채 ‘완판’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건설채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넉넉한 투자수요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회사채로는 이례적으로 증권사 단독 주관으로 진행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든든한 롯데케미칼의 지원과 고금리 메리트를 제시한 롯데건설과 ‘자금조달 파트너’ KB증권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000억원 모집에 3440억원 확보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달 31일 열린 1년물 회사채 2000억원어치 수요예측에서 34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매수 물량인 8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목표 물량을 모두 채웠다. 확보한 자금을 통해 1분기 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850억원 상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당초 업계에서는 롯데건설 회사채 차환 가능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컸다. 롯데건설의 신용도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린 데다 태영건설 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라는 불리한 조건이 겹쳐서다.
든든한 최대주주의 지원으로 신용도를 높인 게 주요했다는 평가다. 롯데건설의 이번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로 책정됐다. ‘A+(부정적)’인 롯데건설의 신용도를 보완하기 위해 ‘AA(안정적)’인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을 맡은 덕분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약 44% 보유한 최대주주다.
희망 금리 상단을 높게 책정한 것도 기관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이번 회사채의 희망 금리 상단을 최대 70bp(bp=0.01%포인트)로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 +60bp 수준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단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1년물로만 회사채를 구성한 것도 투자수요가 몰린 배경이다.
KB증권과 롯데건설의 자금조달 협업 '눈길'
롯데건설이 회사채 시장을 찾은 것은 지난 202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롯데건설은 채안펀드의 도움으로 2500억원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이번 회사채는 KB증권이 단독 대표 주관을 맡았다.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회사채 흥행으로 롯데건설과 KB증권의 파트너십을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과 KB증권의 인연은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경색된 2022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건설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주관사를 맡은 KB증권은 롯데케미칼이 회사채를 지급보증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을 조언했다. 신용도를 A급에서 AA급으로 올려야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당시 롯데건설과 KB증권이 채안펀드에 "지급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한 AA급 회사채도 지원해달라"고 설득한 끝에 2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KB증권이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건설사 부동산 PF 사업의 유동성 지원에 참여해 롯데건설과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KB금융그룹이 주관을 맡아 KB증권·KB국민은행·KB손해보험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5000억원을 롯데·GS·현대·포스코건설 등에 지원했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들이 건설채 발행을 꺼리는 시기에 KB증권이 공격적으로 공모채 조달을 건의해 단독 주관을 따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회사채가 다른 비우량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