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2일 15: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건설이 4대 시중은행 등 금융권과 함께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입 펀드를 조성한다. 한해 전 메리츠금융그룹과 조성했던 펀드와 비교하면 8000억원 이상 규모를 늘리면서 금리도 낮추고 만기를 3년으로 늘렸다. 롯데건설이 이번 펀드 조성을 계기로 발목을 잡아 왔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8곳 뭉쳐 롯데 지원 사격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달 초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한국산업은행, 증권사 3곳과 2조3000억원 규모의 PF 유동화증권 매입 펀드를 조성한다. 롯데그룹 계열사 추가 출자 규모에 따라 2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펀드는 롯데건설의 미착공 PF 사업장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만기는 2027년 3월까지로 3년간이다.이 PF 펀드는 선순위 1조2000억원, 중순위 4000억원, 후순위 7000억원으로 구성된다. 선순위 출자자로는 시중은행 4곳과 산업은행, 중순위엔 KB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 3곳이 참여한다. 후순위엔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7000억원을 댄다.
이번 펀드는 기존 펀드와 달리 중순위 트랜치를 새로 열었다. 금리를 높여주되 선순위 출자자의 부담을 줄였다. 펀드 조성은 논의 막바지 단계에 있다. 출자 회사별로 8일까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설 연휴 전 펀드 조성을 마무리한 뒤 내달부터 운용될 예정이다.
만기 늘리고 조달 금리 안정화
롯데건설에 위기가 닥친 건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 자금 경색이 이뤄지면서부터다. 고금리에 이어 PF 시장에서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이듬해 1월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게 된 계기가 됐다. 연 12%에 달하는 금리로 만기는 1년2개월이었다. 높은 금리와 짧은 만기를 가져 시급한 유동성만 해결할 수 있었다.점차 체력을 회복한 롯데건설은 펀드의 조달 금리를 낮추고 만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논의되는 금리는 선순위 기준 연 6~8%, 중순위 연 8~10%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메리츠금융과 맺은 펀드의 금리보다 확연히 줄어든 금리 수준이다. 만기도 3년으로 대폭 늘어났다. PF를 장기로 가져가는 구조를 통해 차환 압박 없이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뒷단을 두텁게 받치기로 했다. 신규 펀드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후순위 출자자로 들어간다. 롯데물산·호텔롯데·롯데정밀화학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7000억원을 책임진다. 이전 메리츠와의 펀드 때 롯데 계열사들이 출자했던 금액보다 1000억원 이상 늘리는 셈이다. 펀드에 출자한 금융회사들은 롯데의 미착공 사업장이 본 PF로 넘어가면 조기에 상환받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메리츠 펀드와 마찬가지로 롯데물산과 호텔롯데가 이자를 보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번 펀드 조성에 따라 롯데와 조성한 1조5000억원 펀드 중 선순위로 출자한 9000억원을 상환받게 된다. 당초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시장 불안에 따라 메리츠금융과 펀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단 관측이 나왔으나 금융권과 협의를 원만하게 마무리하게 됐다.
한 관계자는 “최근 펀드 조성 조건을 마무리하고 명절 전까지 투심위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논의를 시작했던 지난해 말부터 심의 부서와 함께 진행됐던 터라 심의를 순조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 불식…계열사 신용도 개선 효과
롯데건설은 유동성에 숨통을 틔우게 됐다. 올해 부동산 PF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이 크지만 펀드를 통해 일부 차환할 수 있어서다. 롯데건설의 이번 1분기 미착공 PF 규모는 3조2000억원이다. 이중 서울·수도권 사업장은 1조6000원(50%) 규모다. 단기로 차환해야 하는 PF 특성상 만기를 늘리는 장기 펀드를 조성해야 할 유인이 커져 펀드의 규모를 늘렸다.아울러 펀드 조성으로 롯데건설 뿐만 아니라 롯데건설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등의 신용등급도 개선될 가능성이 열렸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롯데건설 지원에 따라 재무구조가 나빠질 수 있단 이유에서였다.
류병화/차준호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