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릴스, 유튜브를 통해 해고당하는 순간을 담아 공유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틱톡에서 내가 직업을 잃는 것을 지켜보라"면서 해고 장면 동영상을 올리거나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엔 틱톡을 포함해 유명 IT 기업들의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지는 상황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영상 촬영, 편집 등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해고 장면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1만6400만명의 팔로우를 가진 틱토커 조니 레이는 자신을 뷰티 산업 종사자라고 소개하며 메이크업을 콘셉트로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가장 주목받은 영상은 '직장을 잃었다'는 콘텐츠였다. 조니는 "오늘 회의가 있는데, 해고를 통보받을 것 같다"면서 화상 회의를 준비하는 모습을 공개했고, 이후 그의 예상대로 들어맞았다.
아마존의 채용 관리자로 일하던 제니퍼 루카스도 틱톡에 올릴 일상 브이로그를 촬영하던 중 해고 통보받았다. 평소와 같이 출근 준비를 하고, 재택으로 근무하기 위해 업무 페이지에 로그인했다가 해고 통보 메일을 받은 것. 제니퍼는 이 모든 상황을 틱톡에 올려 공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난해 3월 아마존에서 해고된 9000명의 직원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해고 통보받고 눈물을 흘리거나, 해고 통지를 예감하고 씁쓸함을 담아 근무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NYT는 이러한 해고 영상이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사적인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패나 부정적인 경험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MZ세대의 특성에 기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상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상처도 치유한다는 것.
샌드라 수셰르 하버드대 교수는 NYT에 "사생활과 직업적 영역 간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해고 영상이 SNS 시대에서 격동적인 취업 시장의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봤다.
미국 기업들의 칼바람은 최근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속해서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제 위기를 대비한 비용 삭감을 이유로 감원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계인 틱톡은 올해 60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라이엇게임 역시 530명의 직원을 감축할 예정이다. 이는 전체 인력의 11%에 해당한다.
해고 영상 공유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몇몇은 "근무 시간에 브이로그를 촬영하니 권고사직을 당하는 게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또한 비자발적인 해고 통보는 문제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모두 공개해야 하는지는 모를 일이다"는 의견도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