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사들이 서울 성동구와 마포구 등에 잇달아 출사표를 내면서 '한강벨트'가 4월 총선의 주요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유독 한강 인접 지역구에서 여야의 접전이 예상되는 이유로 종합부동산세를 꼽고 있다. 종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은 유권자들이 해당 지역에 몰려 있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세부담을 낮춰온 국민의힘 입장에선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부세 부과액이 가장 많았던 2022년을 기준으로 고지 대상자가 2만명을 넘긴 서울 자치구는 한강변에 몰려 있다. 강북에 마포구(2만6082명), 용산구(2만6029명), 성동구(2만2942명) 등이며 광진구도 1만6294명으로 부과 대상이 많은 편이다. 한강 남쪽에선 영등포구(2만6029명)를 시작으로 동작구(2만1424명), 서초구(7만4291명), 강남구(10만4259명), 송파구(8만1895명), 강동구(2만4329명) 등이 2만명을 넘었다. 양천구(3만1514명)를 제외하면 종부세 납부자가 많은 자치구가 모두 한강을 접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지역 중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마포 갑·을과 중·성동 갑·을, 광진 갑·을, 영등포 을, 동작 갑·을, 강동 갑·을 등이 한강벨트로 불린다. 모두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도권 접전지의 경우 2000~3000표 사이에 승부가 결정된다"며 "한강벨트에서 종부세로 피해를 입은 유권자가 가족까지 합쳐 각 구별로 5만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만큼 민주당 현역 의원에 맞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이 급등하며 해당 지역의 고가 아파트가 늘어났다는 점도 국민의힘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통상 시가 10억원을 기준으로 이보다 비싼 아파트가 늘어나면 여당에, 싼 아파트가 늘어나면 야당의 득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중저가 아파트는 민주당 지지성향이 높은 3·40대들이 많이 입주하지만, 고가 아파트 입주자들은 세금에 민감해 보수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아서다.
국민의힘은 이들 지역에 이른바 경제통들을 중심으로 진용을 꾸리고 있다. 종부세 피해 등을 집중 부각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마포 갑·을에 출격이 유력한 조정훈 의원과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모두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중·성동 갑·을에는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의 윤희숙 이혜훈 의원이 각각 나선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여당의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해당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종부세와 관련한 민심이반이 발생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여당의 지지세가 강해지고 있다"며 "강동을 등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 지역구가 국민의힘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마포구와 성동구 등에는 여전히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며 "윤석열 정부 3년차를 맞은만큼 지난 정부의 세금보다는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이 총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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