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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권 경쟁자로 떠오른 군 총사령관을 교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9일 발레리 잘루즈니 육군 총사령관을 집무실로 불러 국방 고문 자리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락 여부에 관계없이 그가 현재 직위에서 해임될 것임을 분명히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한 이후 드러나기 시작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지난해 11월 언론 기고를 통해 "우리는 교착상태에 도달했다. 깊고 아름다운 돌파구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이 지치지만 이는 교착상태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발언이 "침략자를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갈등의 이면에는 전쟁 전략을 둘러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대규모 병원 동력을 요구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으며, 바흐무트 공방전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참모진 간의 치열한 논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신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치솟는 대중적 인기를 의식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군을 맡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철의 장군(잘리즈니 헤네랄)'으로 불리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지난달 발표된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신뢰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88%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비율 62%보다 높았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해임될 경우 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서방 진영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군사 역사가 미하일로 지로호프는 "군대의 사기에 매우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