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우선해 다룰 의제로 ‘근로시간제도 개편’과 ‘계속 고용’을 정했다. 지난해 개점휴업 상태였던 위원회가 올 들어 각 부문 부대표자 주례 회동을 아홉 차례 해온 결과다. 쌓여 있는 고용·노동 개혁 아젠다 중 이렇게 협의 안건을 압축한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김문수 위원장이 전한 논의 경과를 보면, 적어도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일자리 확충 필요성에서만큼은 노사정 3자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시행 각론으로 가면 노사의 입장이 또 달라질 수 있지만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앙적 파장은 어느 쪽도 더 이상 피할 길이 없다. 지금 합의점을 도출해도 법령을 정비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산업현장의 관행까지 바꿔 나가려면 다급하다.
지난해 말 경사노위에 복귀한 한국노총의 전향적 입장이 특별히 중요해졌다. 근로시간 개편만 해도 정부와 노동계는 ‘1주 12시간 이내’라는 연장근로 기준을 8시간인 1일 근무시간과 기계적으로 연동시켜오다가 대법원 판결로 바로잡혔다. 이런 일은 얼마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 노사 간에, 나아가 노사정이 합리적 대안과 해법을 자율로 모색하지 못하면 결국 법원에 가서 잘잘못을 가려달라고 호소하는 사태가 반복된다. 근로시간과 재고용뿐 아니라 임금 산정, 고용계약, 노사관계의 수많은 갈등 과제를 언제까지 법원에 대고 해결해달라고 할 텐가. 한국 노사관계도 이젠 그보다는 성숙해질 때가 됐다.
계속 고용이든, 정년 연장이든 이 또한 미래세대를 생각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확충이라는 목표를 상정하면 절충점이 가능하다. 기업은 임금 부담을 의식하며 당사자 간 자율 재고용을 원하고, 노조는 임금 손실이 없는 제도적 정년 연장을 바란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 공멸을 면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타협점이 생긴다.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할 숙제는 이 두 과제 말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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