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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중동에 주둔한 미군이 처음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즉각 보복을 천명해 중동 지역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공화당 강경파는 이란에 대한 직접 타격을 주문하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 수위가 주목된다.
드론 공습으로 미군 3명 사망
미국 정부는 28일(현지시간) “전날 밤 시리아 국경 근처에 있는 요르단 북동부 기지(타워 22)가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장병 3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열상과 타박상에서 뇌 손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미 정부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급진 무장단체 소행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단체명은 특정하지 않았다.
이날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이번 공격에 이란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이번 사건은 미군과 저항 세력 간의 갈등에서 빚어진 보복성 공격으로 보인다고 이란측은 설명했다.
반면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조직인 ‘이슬라믹 레지스턴스’는 텔레그램을 통해 “시리아에 있는 3개 장소를 포함해 4곳을 표적으로 삼아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밝힌 공격 장소에는 타워 22와 가까운 알루크반 난민 캠프가 포함됐다. 타워 22는 요르단 내 미군 주둔지로 시리아와 이라크, 요르단 3개국 국경이 만나는 중동의 요충지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이 공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지만 이란이 후원하는 극단주의 민병대가 공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가 선택한 시기와 방식에 따라 이 공격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이어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테러와 싸우겠다는 그들(희생 장병)의 신념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확전 위기 맞은 중동 분쟁
그동안 친이란 무장 단체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중동에 주둔한 미군을 160차례 공격해왔다. 각종 공습으로 미군 내 부상자가 다수 나왔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1주일 전 예멘 후티 반군을 저지하기 위해 아라비아해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해군 특수부대원 2명이 함정 밖으로 떨어져 숨졌으나 이는 사고였다.대규모 사상자가 없어 미군도 민간 선박을 공격해온 예멘 후티 반군의 기지나 다른 무장단체 시설만 공격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망 사고로 미군의 대응이 저강도에서 고강도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NN은 “이미 위태로운 중동 지역에서 미군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 이 지역의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인사들은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은 비참하게 실패했다”며 “우리 군인의 죽음에 대한 보복과 미래 공격을 막는 억제 차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내부의 주요 목표물을 타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본인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에 대한 이 뻔뻔한 공격은 바이든의 유약함과 굴종이 빚은 끔찍하고 비극적인 결과”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이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란 지원을 받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도, 우크라이나 전쟁도 일어나지 않고 세계가 평화로웠을 것”이라며 “3차 세계대전 직전에 있다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비꼬았다.
중동 내 전면전을 피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을 직접 타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당국자들도 현재 중동 내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이란이 분쟁을 키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인지 아니면 친이란 민병대의 제한된 공격이 우연히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 것인지 우선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