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방치형 장르가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치형 게임이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하는 등 인기를 얻자 국내 중대형 게임사들도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수익 짭짤해진 방치형 게임
2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게임회사들이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의 방치형 게임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적절한 수익 모델(BM)을 도입해 매출 면에서도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국내 게임사 중 방치형 모바일 게임의 인기를 주도한 것은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9월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출시했다. 기존 세븐나이츠 지식재산(IP)을 활용해 RPG 장르로 만들었다. 2개월 만에 매출 550억원을 달성했다. 하반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순위 6위, 다운로드 순위 4위를 기록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전반적으로 주춤하는 가운데 방치형 RPG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작년 12월 출시된 ‘버섯커 키우기’는 방치형 게임의 인기 흐름을 이어받았다. 중국의 조이나이스게임즈가 개발했다. 지난 21~25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모두 매출 1위를 달성했다. 그동안 매출 상위권을 독식해온 ‘리니지M’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국내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제치고 매출 최상위권을 차지해 주목받았다.
다른 국내 중대형 게임사들도 방치형 게임에 힘을 쏟고 있다. 방치형 게임은 MMORPG와 비교해 개발비가 적게 들어간다. 컴투스홀딩스는 지난 17일 방치형 RPG인 ‘소울스트라이크’를 출시했다. 5일 만에 구글 플레이 인기 게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위메이드 자회사인 위메이드커넥트도 올해 ‘팔라딘 키우기’ ‘용녀 키우기’와 같은 방치형 게임을 발매한다.
○방치할수록 레벨↑
방치형 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진행된다. 조작을 능숙하게 잘하는 것보다 게임을 얼마나 켜두는가에 따라 캐릭터의 성장이나 게임의 진행 속도가 결정된다. 장시간 집중할 필요가 없어 게임에 시간을 쏟기 어려운 직장인들에게 인기라는 설명이다.방치형 모바일 게임은 2010년대 중반에도 한 차례 인기를 얻었다. 당시 관심을 끈 게임은 ‘힐링’을 테마로 하는 ‘클리커 게임’이 대다수였다. 클리커 게임은 화면을 반복해 클릭하는 방식으로 보상을 얻는다. 게임 개발사도 지금과는 달리 중소형 인디 게임사들이 주를 이뤘다.
국내에서 첫 열풍을 일으킨 모바일 클리커 게임은 ‘거지키우기’(사진)다. 2015년 출시 당시 3개월 만에 다운로드 170만 건을 돌파했다. 인디 게임 개발사 마나바바의 첫 작품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거지를 키운다는 발칙한 발상과 당시 젊은 층의 공감을 얻은 ‘수저론’이 맞물리면서 게임이 인기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듬해 아이들상상공장이 선보인 ‘어비스리움’은 같은 게임 방식이지만 ‘힐링’에 방점을 찍었다. 게임을 오래 방치해둘수록 화면 속 암초 주변에 산호가 자라고 물고기가 모여들어 아름다운 산호초 풍경을 이룬다. 힐링 열풍에 힘입어 출시 5개월 만에 700만 명이 다운로드했다. 이후에도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해 2022년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6000만 건을 넘겼다. 위메이드플레이는 23일 어비스리움의 IP를 활용한 신작 ‘어비스리움 매치’ 서비스를 선보였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