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지난 주말(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되자 벌써부터 예고된 후폭풍이 거세다. “감당하기 힘든 만큼 그냥 운에 맡기겠다”며 대응을 반 포기한 중소기업 사업주가 적지 않다는 게 노무법인들 전언이다. 법안 내용이 복잡해 준비하기 벅찬 데다 소규모 사업체가 감당하기엔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다.
고용노동부는 업무 폭주에 비명이다. 중대재해법 수사는 전문성을 이유로 경찰 대신 고용부가 맡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지방노동청 내 광역중대재해수사과에 133명의 수사관이 배치돼 있지만 사건 처리 지연이 확연하다. 기업의 안전 경영 전반을 들여다봐야 하는 등 수사 난도가 높아 건당 처리 기간이 215.9일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전면 확대를 감당하기 힘든 만큼 ‘차라리 인력이 갖춰진 경찰로 수사권을 넘기자’는 자조까지 나온다고 한다.
수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부의 업무 폭주는 재앙급이다. 당장 이번주부터 3개월간 83만여 개 기업 전체를 상대로 ‘산업안전 대진단’에 착수해야 한다. 산업안전감독관 전원(800명)이 달라붙어도 1인당 1000곳 넘게 커버해야 한다.
예고된 혼란이 커지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먼 산 불 보듯 한다. 유예 무산 후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경제를 도외시한 무책임한 행위”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사업주 과잉 처벌이 사업장 폐쇄와 근로자 실직을 촉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임을 포기한 망언”이라는 거친 말로 입법 폭주를 정당화하는 데 급급하다.
다음달 1일 1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입법유예의 마지막 기회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립이라는 강경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법안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꺼내든 정부기구 설립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83만여 사업주를 과잉 처벌하는 악법으로 중기 소속 800여만 명 근로자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또 하나의 갈라치기 정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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