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감사인 강제 지정이 풀린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 자유수임 경쟁에서 안진이 이른바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 중 최대 성과를 냈다. 업계 3·4위가 자유수임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1·2위를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안진 6곳 중 4곳 수임 ‘최대’…삼정·한영 각 1곳
2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안진은 올해 감사인 강제 지정을 거쳐 신규로 자유수임 시장에 나온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 여섯 곳 중 네 곳의 감사인으로 선정됐다. 정부가 기업에 회계법인을 배정하는 감사인 지정 기업과 달리 자유수임은 회계법인간 경쟁을 벌여 기업의 선택을 받는 구조다. 대형 회계법인간 실력 다툼이 거세 ‘회계 대전’으로 통한다. 올해는 2021회계연도에 지정제를 적용받은 기업들이 자유수임 시장에 풀렸다. 2019년 말 신(新)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금감원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기준 총 180여 곳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안진은 올해 자유수임 대어로 꼽힌 자산 56조원 규모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코웨이, 금호타이어 등을 수임해 점유율을 대폭 늘렸다. 한국가스공사는 금융감독당국의 이른바 ‘6+3’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따르진 않으나 공공기관이라 6년마다 감사인을 새로 정한다.
장수재 안진 회계감사본부장은 "감사품질을 비롯해 경쟁사 대비 고객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감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올해 자유 수임 성과를 바탕으로 안진 감사의 명성과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가스공사 감사인이었던 한영은 자산 54조원 규모 NH투자증권의 신규 감사인으로 선정됐다. 기존엔 삼일이 감사했던 기업이다. 한영은 한국항공우주도 새로 수임했다. 3년간 안진과 감사 계약이 만료된 DL이앤씨도 한영이 가져갔다.
업계 2위인 삼정은 자산 2조6200억원 규모 HJ중공업을 수주하면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회계업계 1위인 삼일은 올해 신규 자유수임 시장에 나온 2조 이상 상장사 신규 수주건이 없다. 대신 수성에 집중했다는 평이다. 롯데지주, 대우건설, 미래에셋생명보험, 하이브, 롯데웰푸드, 한국난방공사, 하림지주 등 작년 기점으로 3년간 감사 계약이 만료된 기업들을 여럿 재계약했다. 상장사는 3년 주기로만 감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엎치락뒤치락 늘었다…'빅4 순위 바뀔수도'
내년 회계 감사 자유수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공기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삼성증권, 하나금융지주 등 30여개사가 자유수임 시장에 나올 예정이라서다. 2026년엔 자유수임 기업 수가 더 늘어난다. 신외감법 도입 당시 지정제를 적용받은 뒤 작년 초 3년간 자유수임 감사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이 추가 3년간 감사인 선임에 돌입할 예정이라서다. 이 시기 자유수임 대상 기업은 100여개로 늘어날 것이란 게 회계업계의 전망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향후 수년간 자유수임 결과에 따라 빅4 순위 변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회계법인이 특정 기업의 감사 업무를 사실상 독점한 관행이 신외감법 도입 이후 확실히 줄었다”며 “최근 감사 지정과 자유수임 결과를 보면 수임 건수나 규모가 기존 업계 순위와는 관계없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분위기라 수년 내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감사인이 그런 예다. 신외감법 도입 이전엔 ‘1위’ 삼일이 오랜 기간 감사를 맡았다. 신외감법 도입 후엔 2020~2022년 3년간 안진이 지정감사를 수행했다. 이후 작년부터는 삼정이 자유 수임을 통해 감사 업무를 맡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