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지난해 1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고 지난해 내내 이어온 브랜드력과 상품성 강화에 기반한 수익 구조가 지속된 덕분이다.
기아는 올해 판매 목표 320만대, 영업이익 12조원을 제시했다. 올해도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수요 둔화 및 국제적 긴장 상황 지속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EV3, EV4, EV5 등 전용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기반한 수익성 제고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기아 작년 영업익 11조6000억…역대 최고 실적 달성
기아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5% 늘어난 11조6078억7300만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기아가 연간 영업익 1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11.6%로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99조8084억2000만원으로 15.3% 증가했고, 순이익은 8조7778억1700만원으로 62.3% 늘었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레저용 차량(R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가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도 308만5000여대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아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대비 0.4% 증가한 73만3155대를 판매했다. 이에 따른 경영 실적은 매출 24조3282억원, 영업이익 2조4658억원, 순이익 1조62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 늘었지만 영업익과 순이익은 각각 6%, 20.5% 줄었다. 업체간 경쟁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 영향과 원화 강세에 따른 부정적 환율 영향으로 수익성이 전년 보다 소폭 감소한 탓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이 다소 축소되긴 했지만 기아는 2022년 4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2조원 이상, 두 자릿수 영업이익율을 달성하는 등 고수익 체제를 이어갔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미국, 유럽 등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어려움이 있는 일부 권역들의 저조함으로 인해 판매 계획 대비 11만여대 정도 판매 차질을 빚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값 받기 지속과 재고 관리 등으로 물량 차질 감소 요인을 극복하고 당초 예측한 영업이익률 정도의 결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올해 영업이익 12조 목표…"친환경차 시장 리더십 강화로 지속성장 추진"
기아는 올해 전년 대비 3.6% 증가한 320만대(도매 기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101조1000억원을 영업이익은 3.4% 늘어난 12조원을 제시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11.6%에서 0.3%포인트 높아진 11.9%로 예상했다.
올해 구매심리 위축, 대기수요 축소에 따른 수요자 우위 시장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전망되는 가운데도 △구조적으로 자리매김한 선순환 수익 체계 강화 △전기차 라인업 본격 확대를 통한 친환경차 시장 리더십 강화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주 본부장은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320만대 판매 목표에 도전한다"며 "재료비 감소와 제값 받기 등을 지속하고 있어 불확실성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면 판매나 수익성에 있어 어느 정도 자신있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쏘렌토·스포티지 등 인기 모델과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판매 성장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전기차(EV) 시장 성장세 둔화 우려가 있지만 플래그십 전기차 EV9의 해외 판매 본격화와 EV3부터 EV5로 이어지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소형 전기차 판매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 리더십을 굳건히 하고 판매 물량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주 본부장은 "EV 시장이 다소 둔화되면서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요가 확대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수요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아는 최대 실적 달성에 따른 주주환원 강화 통해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기말 배당금은 전년 대비 2100원 오른 5600원으로 책정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밝힌 중장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물론 매입분의 소각비율을 조건부(3분기까지 경영목표 달성시) 100%로 확대(기존 소각 비율 50%)함으로써 올해 총 주주환원율을 최대 31%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